라힐 샤리프 前육참총장…파키스탄 내홍·이란과 대립 우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테러 퇴치군의 사령관에 파키스탄 전쟁영웅이 취임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1월 이슬람군사동맹(IMAFT) 사령관으로 내정된 라힐 샤리프(61) 전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임명을 최근 마무리했다.
샤리프 전 총장은 재임 때 파키스탄탈레반 소탕전을 포함해 강력한 대테러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야전 지휘관 출신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다수 영웅적 공로를 들어 샤리프 전 총장이 유사한 작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다국적 군사조직의 사령관으로 적임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키스탄 안팎에서는 샤리프 전 총장의 취임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가 주도하고 동맹의 주축도 수니파인 이 군사동맹에 파키스탄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국내 종파 분열을 조장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사우디와 반목하고 있는 시아파의 대표격인 이란과 갈등 관계를 빚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로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 주도로 창설된 IMAFT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무슬림의 군사동맹체를 표방한다.
하지만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터키,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 수니파 국가들만 가입해 이슬람권 전체가 아닌 수니파 모임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IMAFT의 초대 사령관을 파키스탄 육참총장이 맡게 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 간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동안 파키스탄에 원유 등을 지원하며 군사 및 민간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2000년대 초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망명 생활을 한 인연도 있다.
예멘에서 후티 반군과 교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그간 파키스탄에 참전을 요청했으나 파키스탄은 그동안 이런 요청을 요리조리 피해왔다.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맞대응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샤리프 전 총장이 IMAFT를 이끌게 되면서 파키스탄은 이란과의 갈등 구도를 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파키스탄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시아파를 겨냥한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의 테러가 빈번히 일어나는 상황에서 국내 종파갈등을 부추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키스탄 테흐리크-에-인사프당(PTI)은 샤리프 전 총장을 IMAFT 초대 사령관으로 임명키로 한 정부 결정에 반대하며 정부 결정이 국내 수니-시아파 분열을 키우는 한편 이란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분석가인 아리프 라피크도 "IMAFT가 이란 또는 예멘 같은 곳에서 이란의 후원을 받는 단체와 맞붙으면 파키스탄 안에서 항의 시위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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