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데이지호 작년 8월 선박검사 받아…생존 선원 "선체 균열"
(세종=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 데이지호의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선체 균열이 생겨 많은 양의 바닷물이 유입된 뒤 배가 침몰했다고 생존 선원이 진술한 가운데 균열이 생긴 이유를 놓고 여러 추측이 제기된다.
3일 해양수산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스텔라 데이지호가 사고를 당한 남대서양 해역은 기상 상황이 양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사고 해역은 초속 14∼17m의 남동풍이 불었고 너울성 파도가 4∼4.5m 높이로 일었다. 수온은 21.9도로 파악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바람이 조금 불긴 했으나 강풍이라고 보긴 어렵고, 수온이나 다른 기상을 봐도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기준으로 사고 해역은 초속 4m의 약한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고 있으며 파고는 1.5m로 높지 않다.
이처럼 기상 상황이 양호해 다른 선박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선박에 화물을 무리하게 실어 균형을 잃었을 가능성은 일단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스텔라 데이지호의 적재 중량은 26만6천141t이며 당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있었다.
벌크선은 화주와 10년, 20년 단위로 장기운송계약을 맺는다. 이 때문에 화주는 한번 화물을 실어나를 때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적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종 선원의 가족들은 스텔라 데이지호의 선령이 25년이라는 점을 들어 '선박 노후화'가 원인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냉각팬이 고장 나 48시간 잠을 못 자고 고치는 등 평소에 선박 고장이 잦아 선원들이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스텔라 데이지호는 한국선급으로부터 5년마다 선체 전반의 안전성에 대한 정기검사를 받고 그사이 중간검사와 연차검사를 받는다.
가장 최근인 작년 8월 연차검사에서는 별문제가 없던 것으로 드러났으나 이후 8개월간 새로운 결함이 생겼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원래 유조선이던 스텔라 데이지호가 2009년 철광석 운반선으로 개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리한 선박 개조가 사고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스텔라 데이지호가 화물선으로 바뀐 것은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시행된 단일선체(Single Hull) 유조선 퇴출 정책 때문이다.
단일선체유조선은 선체 외판을 한 겹으로 만든 재래식 유조선을 말하는데, 스텔라 데이지호도 이런 형태의 배에 해당했다.
2000년대 유조선 사고에 따른 기름 유출로 해상 환경오염이 심각하자 선체 외판을 두 겹으로 한 이중선체(Double Hull) 유조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유조선 수요는 급감하고 광석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국내외에서 단일선체 유조선을 벌크선으로 개조하는 '바람'이 불었다. 화물선은 유조선과 달리 이중선체로 만들어야 할 의무가 없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2009년 스텔라 데이지호 개조 당시 공신력 있는 영국선급 등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심사했고 다 정상적으로 통과했다"면서 심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스텔라 데이지호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는 기국주의 원칙에 따라 마셜제도 당국이 맡는다.
단 한국인이 승선했던 만큼 우리 정부도 조사에 일부 참여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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