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에 대한 새 정부 입장이 중대 변수
전문가 "日대사 귀임만으로 관계개선 전망 이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귀국했던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4일 돌아오면서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 관계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3일 외무성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국의 대선 정국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한일 위안부 합의의 준수를 직접 요구하기 위해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은 1월 9일 일시귀국 조치 이후 무려 85일 만이다.
당초 일본 정부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 고위급 경제협의 연기와 함께 나가미네 대사의 귀국 카드를 내밀었을 당시 그의 부재는 열흘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양국 간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드는 사안이 잇따라 터지면서 양국 관계는 마치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일관계는 일본 각료들의 잇단 독도 망언, 독도 소녀상 설치 추진, 시마네현의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 일본의 독도 왜곡 교육 의무화 등으로 끝없이 연장되는 악재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외교 사령탑 부재 상황에, 일본 아베 정권이 한일 갈등을 국내 지지율 제고에 활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관계 개선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일본 정부가 전격적으로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을 발표하면서 일단 한일관계가 반전의 계기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대사를 불러들였던 일본 정부가, 눈에 띄는 정세적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귀임을 결정한 것은 어느 정도 관계 대선의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으로 한일관계는 5월 9일 선거를 통해 들어설 우리 정부가 위안부 합의 등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달려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대사 귀임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일부 정상화하는 측면은 있다. 늦었지만 다행스럽다"면서도 "양국 갈등을 빚어온 사안들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대사 귀임만으로 관계가 풀릴 것으로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재 한일관계를 주도하는 것은 한국 쪽"이라며 "새 정부가 일본 아베 정권과 어떤 관계를 맺어갈지, 한일관계를 어떻게 규정할지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연일 대북 제재를 내놓으면서 북한을 향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도 향후 미국을 연결고리로 한일 간 거리가 좁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각종 사안에 서로 얼굴을 붉히면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놓고서는 기꺼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다.
지난 2월 독일 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진행됐고, 같은 달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발사 등에 따른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및 통화도 잇따라 이뤄졌다.
기시다 외무상은 이번 귀임 결정을 발표하며 이유 중의 하나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한일간 높은 수준에서 긴밀히 연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여전히 풀리기 어려운 각종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면서 "새로 들어설 우리 정부가 역사 문제와 함께 경제,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한일 관계를 균형있게 조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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