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에도 존재감 키워…당권도전 등 먼저 고려할 듯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마지막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과반의 득표율로 본선에 직행하며 안희정 충남지사의 첫 대권 도전도 끝이 났다.
지난 1월 22일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지 71일 만이다.
정권교체는 물론 '시대교체·세대교체'를 내걸고 담대한 도전을 택했던 안 지사에게는 쓰린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야권의 취약 유권자층인 충청과 보수·중도 진영에서 많은 지지를 얻으며 등판한 젊은 '구원투수'였기에 안 지사는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할 매력적인 카드로 꼽혀왔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1∼2%로 시작했던 그의 지지율이 20%를 넘보는 선까지 올라왔을 때 불거진 '선의 발언' 논란은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지율은 순식간에 10%대 초반까지 빠졌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회복세로 돌아섰음에도 문 전 대표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선 '친문세력'이 사실상 당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지사의 경선 승리 가능성은 애초 희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경선을 거치면서 안 지사에게는 소득도 분명히 있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단순한 친노 정파의 수장이나 '적자'가 아니라 중앙정치의 중요한 인물로 부상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라는 분명한 소신을 각인시켜 차차기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현역 자치단체장인 탓에 선거법상 제약은 있지만 당이 하나가 돼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만큼 경선을 마친 안 지사는 일단 참모들을 독려하는 방법 등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문 전 대표의 당선을 도울 확률이 높다.
대선이 끝나고 나면 당분간 도정에 전념하면서 재선 임기를 마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남은 도지사로서의 소임을 완료할 것"이라며 "도지사 3선에 도전할지 등은 시간을 갖고 차분히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1년 뒤 임기를 마치고 나면 대권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안 지사는 이미 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경선에서 패하면 대권에 재도전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런 안 지사의 앞에는 몇 가지 선택지들이 놓여 있다.
도지사를 마친 뒤 추미애 대표가 임기를 채울 경우 내년 8월에 치러지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
그가 강조해 온 '대연정 소신'을 자양분으로 삼아 중앙의 정치무대로 진출한 다음 차기 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대권에 재도전하는 시나리오다.
안 지사는 3일 정견 발표에서 "수많은 비난과 공격도 있었지만 저는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민주주의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만약 당권 도전에 성공해 2년간의 임기를 채운다면 당내 차기 대권 주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꼭 당권 도전이 아니어도 재·보선이나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한 다음 당내에 우군을 키워서 대선에 도전하는 방안 등도 선택지 중 하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이번 경선 과정에서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워 당내 주류인 친문계와 감정의 골이 패인 탓에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대선 재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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