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 쓴' 최태웅 감독 "커피 타임 그만, 오늘은 술 사줘야죠"

입력 2017-04-03 22:58  

'왕관 쓴' 최태웅 감독 "커피 타임 그만, 오늘은 술 사줘야죠"

"대니, 발목 돌아가는 것 봤는데도 뛰더라…그때 울컥"

"문성민이 오늘은 울더라…꼭 안아줬다"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최태웅(41) 현대캐피탈 감독은 울지 않았다.

"우승해도 울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는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프로배구 2016-2017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판 3승제) 5차전 방문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1(24-26 27-25 25-22 25-20)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우승을 차지한 뒤 '웃음'으로 세리머니를 마쳤다.

1패 후 기사회생했던 3월 27일 챔프전 2차전 승리 후 주포 문성민에게 모진 말을 했던 걸 떠올리며 눈물을 쏟았던 최 감독은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에는 눈물을 꾹 눌렀다.

경기 뒤 인터뷰장에 들어선 그는 "울지 않았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울컥한 순간은 있었다.

외국인 선수 다니엘 갈리치(등록명 대니)가 3세트 후반 발목을 다치고도 "계속 뛰겠다"고 했다.

최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대니의 오른발목이 돌아가는 걸 봤다. 그런데도 대니가 계속 뛰겠다고 하더라"며 "진정한 프로 선수라고 생각했다. 그 모습에 울컥했는데 참았다"고 했다.

최 감독 대신 문성민이 울었다.

최 감독은 "오늘은 문성민이 울었다. 꽉 안아줬다"며 웃었다.

1차전에서 문성민이 부진하자, 최 감독은 "현대캐피탈이 중요한 경기에서 패해 결국 좌절했던 이유 중 하나가 문성민이 그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한 말에 최 감독은 아파했다. 다음 날 문성민을 불러 커피를 마시며 마음을 달래줬고, 2차전 승리 후 문성민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며 울었다.

그는 "성민이가 이제 어떻게 해야 우승하는지 느낄 것 같다. 유일하게 성민이에게 없었던 게 생겨서 기분이 좋다"며 "다음 시즌에는 더 성장할 것"이라고 제자를 응원했다.

최 감독은 챔프전 마지막 경기를 하루 앞둔 2일에는 센터 신영석을 불러 커피를 마시며 "성민이와 함께 팀을 잘 이끌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제 더는 '커피 타임'이 필요하지 않다.

최 감독은 "오늘은 선수들에게 술을 사주겠다"고 했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 부임한 최 감독은 '스피드 배구'로 팀 컬러를 바꾸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챔프전에서는 OK저축은행에 1승 3패로 무릎 꿇었다.

이번 시즌에도 현대캐피탈은 모든 선수가 공격에 가담하는 '스피드 배구'를 선보였고, 2위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마지막 고비였던 챔프전에서 3승 2패로 승리하며 최 감독이 그토록 바라던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최 감독은 "지난해 실패가 많은 도움이 됐다. 올해는 냉정하게 팀을 바라볼 수 있었다"고 했다.

최 감독은 '공부하는 사령탑'이다. 선수들에게는 출퇴근을 허락하고도 자신은 숙소에 남아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최 감독은 "내가 집에 가지 않으니 코치들도 집에 가지 못하더라. 코치들 가족분들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아낌없이 지원해준 구단주, 단장, 사무국장 등 사무국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또 고민하고, 연구할 생각이다.

그는 "당장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 레프트 자원이 없으면 국내 선수 포지션 이동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우승의 감격도 짧게만 누리려고 한다.

최 감독은 "선배 감독님들께서 '우승 뒤에 위기가 온다'고 하시더라. 더 노력해서 발전하는 현대캐피탈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