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문성민의 눈물 "감독님·선수들에게 미안했다"

입력 2017-04-03 23:07  

MVP 문성민의 눈물 "감독님·선수들에게 미안했다"

"1차전 부진, 감독님과 선수들 덕분에 극복…주장으로서 사랑받겠다"




(인천=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현대캐피탈 문성민(31)은 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확정하자 눈물을 쏟았다.

문성민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상대로 23득점으로 활약,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이끈 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우승 세리머니에서 눈물도 흘리고 동료 선수, 가족들과 기쁨을 나눈 뒤 인터뷰실에 들어온 문성민은 "많이 울었다"며 "모든 선수와 감독님, 팀이 모두 우승하겠다는 게 강했는데, 끝났다는 생각에 감정이 올라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또 "운동을 시작하고 많았던 눈물이 없어졌는데, 나이를 먹으니 감수성이 예민해졌다"며 "TV에서 감동적 장면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하는데, 오늘 눈물은 감동의 눈물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챔프전 1차전에서 9득점으로 부진했던 게 5차전이 끝날 때까지 내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문성민은 "1차전 때부터 생각도 많았고, 좋은 모습을 못 보인 것 때문에 감독님께 죄송했다. 선수들에게도 미안했다. 그런 부분에서 감정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특히 최태웅 감독을 향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컸다. 문성민은 챔프전 우승을 확정하고 곧바로 최 감독에게 달려가서 안겼다.

문성민은 "감독님께서는 제가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큰 믿음을 주셨다. 저도 믿음을 드리려고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잦아서 죄송한 마음이 계속 있었다"며 "제일 고생하시는 분이 감독님이라고 생각해서 제일 먼저 달려갔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1차전에서 부진했던 문성민에 대한 아쉬움을 공개 인터뷰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최 감독은 문성민에게 미안함을 느껴 마음 앓이를 했다. 이 일은 두 사람이 더욱 '애틋한' 감정을 느끼도록 했다.

문성민은 "감독님과 커피도 마시고 산책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저를 믿고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큰 힘을 받고 일어설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1차전 부진의 이유는 '부담감'이었다.

문성민은 "1차전에서는 저에게 공이 많이 올 줄을 알았기 때문에 스스로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스스로 무너졌다. 내가 처리해야겠다는 욕심이 많았다"고 분석하고, "감독님과 선수들 덕분에 그런 부담을 떨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음 편히 힘을 빼고 했더니 조금씩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최 감독은 문성민의 배구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이다.

문성민은 "감독님이 선수 시절부터 저에게 해준 말이 있다. (해외 진출 후) 한국에 돌아왔으니 당연히 우승할 것이라는 부담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그런 부담을 조금씩 떨치고 선수들과 융화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은 저의 롤모델이자, 제가 안 될 때 잡아주실 수 있는 형 같은 존재다. '무서운 형'"이라며 하하하 웃었다.

처음으로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공도 선수들에게 돌렸다.

문성민은 "고생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제가 받아서 미안하다. 선수들이 있기에 제가 있다. 제가 MVP를 받았지만, 팀이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MVP 상금은 선수들을 위해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에게 MVP 투표권이 있다면 세터 노재욱에게 상을 줬을 것이라며 "어린 나이에 스트레스도 많았을 텐데 좋은 토스를 해줬다. 허리가 아픈데도 자기가 하겠다고 나섰다. 이번 시즌 많이 성장했을 것"이라고 대견스러워했다.

시즌 중 합류한 외국인 선수 다니엘 갈리치(대니)에게도 "늦게 와서 융화하기 힘들었을 텐데 아주 큰 노력을 했을 것이다. 다친 상태에서도 강한 승리욕으로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본받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칭찬했다.

현대캐피탈 주장인 그는 "앞으로 '스피드 배구', '토털 배구' 등 현대캐피탈만의 색깔을 찾으려고 더욱 노력하겠다. 이런 좋은 경험으로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또 "처음에는 저의 실력이 아닌 얼굴을 보고 좋아하는 팬들도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제가 현대캐피탈 주장이라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팀을 이끌게 된다면 주장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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