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가입자 4만명 돌파…스마트폰 OTP, 이자 혜택으로 인기
은행권 긴장 고조 '디지털 퍼스트' 박차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박의래 기자 = 인터넷 전문은행이 초반 거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가입자 수가 출범 이틀이 지나지 않아 4만명을 돌파했고, 비대면 거래 계좌 수도 4만3천여건에 달했다.
하루 만에 16개 은행의 월평균 비대면 계좌 개설 합산 건수를 넘은 것이다.
비대면 실명 확인이 개시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6개 은행의 월평균 비대면 계좌개설 합산 건수인 1만2천 건에 불과했다.
초반 개점 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돌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시중은행에 견줘 예금이자가 높고 대출금리가 낮아 고객이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판도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 편리성 높고, 이자 혜택 쏠쏠
일단 편리하다. 실물 일회용비밀번호 생성기(OTP) 대신 스마트폰 OTP를 탑재했다. 스마트폰만 들고 다니면 언제 어디서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번거롭게 실물 OTP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OTP를 구현한 건 케이뱅크가 은행권에서 처음이다.
여기에 24시간 365일 동안 대출거래까지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새벽에라도 대출상품에 가입한 뒤 가까운 GS25 편의점에 가면 바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가격 경쟁력도 있다. 지점이 없어 인건비가 들지 않아 고객에게 유리한 금리를 책정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연 2%대인 점이 특징이다. 시중은행 정기예금은 연 1%대 중반이다. 정기예금인 '코드K 정기예금'은 저축은행 평균 예금 금리인 최고 연 2.0%의 금리를 제공한다.
'뮤직K 정기예금'은 이자를 30일 단위로 받을 수 있고, 현금 대신 음원으로 받을 수도 있다.
대출 이자는 시중은행보다 낮다.
'직장인K 신용대출'의 최저금리가 연 2.73%로 주요 시중은행보다 1~2%포인트 낮다. 이번 달 빚을 잘 갚기만 하면 다음 달 대출금리가 연 1%포인트 내려가는 '슬림K 중금리대출'도 있다. 최저 연 4.19%까지 낮출 수 있어 저축은행이나 P2P 대출에 비해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 긴장하는 시중은행…"ICT 은행의 최대 적 되나"
은행권은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중은행장들은 너도나도 '모바일 퍼스트'를 주문하고 나선 상황이다.
윤종규 KB국민은행장은 "디지털 경쟁자들의 전략은 틈새시장 공략"이라며 국민은행은 "경쟁자보다 한발 빨리 의사결정을 하고 고객에게 먼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딩뱅크' 자리를 9년째 차지하고 있는 신한은행도 긴장의 파고가 높다. 위성호 행장은 아예 차기 경쟁자가 은행이 아닌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라고 말할 정도다.
세계적인 금융사들은 IT로 급속히 전환하는 추세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5년을 기준으로 그룹 내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 등의 인력은 약 9천명으로 전체 정규직 3만3천명의 27%에 달한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1~2년간 모바일뱅킹을 착착 준비했다. 우리은행[000030]의 위비뱅크를 시작으로 원큐(하나), 리브(KB) 등 플랫폼을 이미 구축해 놓은 상황이다. 손바닥 정맥 인증방식으로 무인 거래가 가능한 스마트라운지(신한)까지 등장했다. 기술력만 보면 케이뱅크에 전혀 밀릴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높은 예금이자와 싼 대출금리라는 '닥공'(닥치고 공격)에 은행권의 긴장감은 높아만 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 부분뿐 아니라 앞으로 나올 서비스까지 생각하면 신선한 자극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개점 효과" vs "높았던 은행 문턱에 대한 대안"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아직 판단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금의 돌풍은 일종의 개업 효과일 수 있다"며 "돌풍이 지속하려면 결국 킬러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금리 대출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지만, 이 시장만으로는 부족하며 개인 금융에서 가장 큰 시장인 주택담보대출에서 어떤 차별화를 보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그동안 은행 문턱이 높았는데 그런 불편함을 느꼈던 고객들이 몰리면서 초반 성과가 좋은 것 같다"며 "기존 은행과 큰 차이점은 보이지 않아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는 은산분리 완화 법안 통과와 정책 변화를 꼽았다.
김 선임연구원은 "지금처럼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손발이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며 "인터넷은행은 자생적으로 탄생했다기보다는 금융당국의 후원 속에 탄생한 만큼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바뀌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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