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朴 의상 제작한 디자이너 특검서 진술…"최씨 없으면 진행 안돼"
"취임식 코트 200만원인데 최씨가 비싸다고 100만원만 줘…끝이 안좋아"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강애란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뿐만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의상비를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씨의 뇌물수수 혐의 첫 공판에서 10년 이상 박 전 대통령의 의상을 제작한 홍모 씨의 특검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특검에 따르면 홍 씨는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인 1998년부터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3년 10월까지 의상을 제작했던 디자이너다.
1998년 최 씨가 자신의 가게에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찾아와서 처음 옷을 제작하기 시작했다는 홍 씨는 대통령 취임 전에는 최씨가 대부분 삼성동 자택과 인근 사무실로 자신을 불렀다고 진술했다.
이어 "의상대금은 모두 최씨가 현금으로 줬다"며 "대부분 삼성동 자택에서 받았는데, 최씨에게 '옷값이 얼마다'라고 말하면 최씨가 2층에 올라가 현금을 가져와서는 봉투에 줬다"고 말했다.
홍 씨는 또 "2013년 2월 박 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입은 옷도 제작했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보는 것이라 두 달 정도에 걸쳐 신중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취임식 때 입은) 재킷과 코트를 100만원 정도씩 받았다"며 "코트는 200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최씨가 비싸다고 100만원밖에 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홍 씨는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최 씨 연락을 받고 청와대에 들어갔다"며 "박 전 대통령이 처음 옷 맞출 때 기성복 샘플을 입을 때나 가봉한 옷을 입어볼 때는 항상 최 씨가 있었고, 최 씨가 없으면 옷 만드는 것이 진행이 안 됐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에는 비표 없이 이영선 당시 행정관의 차를 타고 청와대에 출입하다가 한 달 이후에는 출입증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자신의 월급 300만원은 청와대에서 받았지만, 사무실 임대료, 봉제사 월급, 사무실 운영비 등 매달 1천만원을 최 씨로부터 현금으로 받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최 씨를 대부분 청와대에서만 봤다"며 "최 씨가 아무도 없는 방에 데려가 문을 닫고 돈을 줬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10월까지 16년 동안 박 전 대통령의 의상을 제작했다고 재차 확인하면서 "그런데 최 씨 때문에 끝이 안 좋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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