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천40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보면 국가부채는 작년 말 현재 1천433조1천억 원에 달했다. 전년 말보다 10.8%(139조9천억 원) 늘어난 것이다. 여기서 '국가부채'는 공무원·군인 연금 충당 부채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나랏빚을 뜻한다. 그런가 하면 국가채무도 627조1억 원으로 6.0%(35조7천억 원) 증가했다. '국가채무(D1)'는 제때 원리금을 갚지 않으면 부도가 나는 좁은 의미의 나랏빚이다. 좁은 의미로 봐도 국민 1인당 1천224만 원의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한해 나라 살림살이의 기조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지난해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출이 수입을 22조7천억 원 초과해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우리의 국가재정 상황이 선진국과 비교해도 양호한 편이라고 한다. 실제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D1) 비율은 지난해 38.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116.3%보다 훨씬 낮았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나라 빚의 증가 속도다. 박근혜 정부 4년간 D1은 41.5%(184조 원), 넓게 본 국가부채는 58.9%(531조 원) 증가했다. 특히 작년에는 연금충당 부채가 92조7천억 원으로 국가부채 증가분의 66.7%를 차지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올해 초 집계한 한국의 최근 5년간 순부채 증가율은 67.0%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았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저출산·고령화로 각종 복지지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보건·복지·고용 부문 예산은 최근 5년간 39.8% 늘어 전체 예산 지출 증가율(23.0%)의 2배에 육박했다. 게다가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재정을 뒷받침할 조세 수입이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상당수 전문가는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이미 2%대로 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기치 못한 경제 위기라도 닥치면 재정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질 수 있다. 당장 재정 건전화 정책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주자들이 설익은 복지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예컨대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아동수당 신설, 중소기업 취업 청년 임금보조, 최저 국민연금액 도입 등의 공약을 보면, 재원 마련 방안 등이 어느 정도 구체화됐는지 불투명하다. 지금이라도 대선 주자들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복지 공약 등의 실현 가능성을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공약은 스스로 철회해야 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날로 심화 조짐을 보이는 세대 갈등을 줄이는 길이다. 유권자들도 달콤한 포퓰리즘 공약의 유혹을 스스로 떨쳐내는 지혜와 자제심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득표만 노리고 허황한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들한테 되레 손해를 볼 것이라는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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