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다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는다. 최순실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6일 오전 출두할 예정이다. 물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1월 검찰의 1기 특수본에 처음 소환됐다. 당시 검찰 수사는 한마디로 허무맹랑했다. 점퍼 차림에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우 전 수석 앞에, 검사가 두 손 모으고 서 있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됐다. 만약 검찰의 치욕사를 쓴다면 앞자리에 오를 만한 장면이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2월 18일 박영수 특검에 두 번째로 소환됐다. 특검은 이튿날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시간에 쫓긴 특검이 혐의사실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가 표면화한 이후 우 전 수석이 검찰에 불려 나가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검찰의 명예 회복을 기대하는 마음이 앞선다.
오래전부터 검찰 내부에 '우병우 사단'이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럴 만큼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권의 실세 중 실세로 꼽힌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우 전 수석은 이런저런 추문에 휘말렸다. 대표적인 것이 작년 7월의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이다. 재력가로 알려진 우 전 수석의 처가와 게임업체 넥슨 사이에 수상한 부동산 거래가 있었고, 우 전 수석과 가까운 진 전 검사장이 이를 도와줬다는 의혹이었다. 이와 관련 이석수 전 청와대 감찰관은 우 전 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도 우 전 수석과 부인,장모를 검찰에 고발했다. 평소 같으면 큰 파문이 일었을 만하지만, 지금은 관심권 밖에 있다. 그만큼 최순실 국정농단의 '쓰나미'가 너무 엄청났다.
이번에 검찰이 먼저 밝혀야 할 혐의점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관한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처음 이 의혹이 제기됐을 때 진상을 덮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요지의 '대응 문건'을 만들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작년 10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건에 의존해 그런 발언을 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 주변 비리 차단에 앞장서야 할 민정수석이 이런 짓을 했다면 직무유기 혐의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으론 우 전 수석이 주도적으로 만들었다는 이 '대응 문건'이 사태 초기의 청와대 대응을 엉뚱한 방향으로 오도했을 가능성도 주목된다. 아울러 우 전 수석은 청와대 지시를 따르지 않는 문체부 등의 공무원을 표적 감찰하고 퇴출 압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부분은 박영수 특검도 영장에 적시했던 내용이다. 아울러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가 터진 후 검찰의 해양경찰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는지도 검찰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소환하기에 앞서 50명 가까운 참고인을 조사했다고 한다. 그중에는 세월호 사고 당시 변찬우 광주지검장과 윤대진 광주지검 형사2부장도 포함돼 있다. 변 전 지검장은 세월호 관련 수사를 총괄 지휘했고, 윤 부장검사는 전담 수사팀을 이끌었다. 검찰로서는 우 전 수석 소환에 앞서 나름 열심히 준비한 것 같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결과다. 우 전 수석은 해경 본청을 압수 수색하는 수사팀에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를 제외하라'고 압력을 넣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런 우 전 수석이지만 검찰에 나와 순순히 혐의 사실을 인정할 것 같지는 않다. 검찰이 반증 자료를 얼마나 충실히 준비했는지가 관건이다. 검찰 조직은 그동안 우병우 전 수석으로 인해 수모를 당할 만큼 당했다. 어떤 경우에는 불가항력이었지만 어떤 것은 자초하기도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자 '나중에 검찰이 다시 영장을 청구하면 100% 발부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단순히 검찰에 대한 믿음을 표시한 것 같지는 않다. 검찰 혼자 모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이젠 더 물러날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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