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강동파출소, 주민의 안타까운 사연 듣고 오빠 수소문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서로 얼굴도 몰라서 스쳐 지나갔을 텐데…이렇게 만난 게 믿기지 않아요."
어릴 때 헤어져 50년 동안 만나지 못한 남매가 경찰의 도움으로 상봉했다.
50년이라는 긴 세월이 서로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남매는 만나자마자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지난 1일 울산 동부경찰서 강동파출소 2팀장 이영희 경위는 관내를 문안 순찰하던 중 아귀탕 식당을 운영하는 윤복순(55·여)씨로부터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됐다.
윤씨의 사연은 이랬다.
강원도 양구군에서 태어난 윤씨는 7살 때 어머니, 오빠, 여동생과 생이별했다.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가정 형편이 급격히 나빠지자 어머니가 여동생을 데리고 재혼을 하고, 오빠는 양자로 다른 가정에 입양됐기 때문이다.
윤씨마저 다른 가정의 양녀로 들어가면서 나머지 가족들과는 연락이 완전히 끊어지게 됐다.
이후 윤씨는 오빠와 어머니, 여동생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세월이 흐른 후 윤씨는 가족을 찾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너무 어린 시절이라 기억하는 정보가 부족해 찾을 길이 없었다.
윤씨가 기억하는 것은 양구군에 살았다는 것과 오빠의 이름 세 글자뿐이었다.
사연을 들은 이 경위는 이틀간 윤씨의 가족을 찾을 방안을 고민하다 3일 무작정 부딪쳐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양구군 11개 초등학교를 관할하는 강원교육청 장학사와 종친회, 양구군청 등에 전화를 돌려 사연을 설명하고 도움을 부탁했다.
전화를 돌린 지 3시간 만에 이 경위는 한 장학사로부터 동창회를 통해 윤씨의 오빠로 추정되는 사람의 친구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후 친구를 통해 윤씨의 오빠가 현재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경위는 두 사람에게 연락해 이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렇게 5일 오후 강동파출소 앞에서 50년 만의 극적인 상봉이 이뤄졌다.
파출소에 먼저 도착한 동생 윤씨는 긴장된 표정으로 오빠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오빠 윤규복(59)씨가 도착하자 윤씨도 파출소 밖으로 조심스럽게 걸어 나와 오빠를 맞이했다.
남매는 50년의 세월로 변해버린 서로의 얼굴을 어색한 듯 바라봤지만, 어느덧 양손을 굳게 맞잡았다.
오빠 윤씨는 "동생을 찾을 길이 없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찾은 것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이곳으로 오면서 계속 동생이 맞을까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릴 적 이야기를 들어보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서로 얼굴도 몰라서 스쳐 지나갔을 것"이라며 "지금 만나서 보니 어머니 얼굴과 똑 닮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동생 윤씨는 "수십 번도 더 찾으려고 했지만 못 찾은 가족을 이렇게 갑자기 찾았다고 하니깐 처음엔 전혀 믿기지 않았다"면서 "오빠에게 그저 반갑다는 말 밖엔 할 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긴 세월을 혼자서 지냈는데 이제 형제를 만났으니 앞으로 재밌게 우애 있게 지내고 싶다"며 "경찰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빠 윤씨는 "어머니도 계시고 막내도 있으니 올라와서 다 같이 만나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매의 극적인 상봉을 도운 이 경위는 "오랫동안 서로를 못 만났던 남매가 상봉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찡해졌다"면서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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