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에 '시루섬의 기적' 공원…자식 죽음 숨겨 230명 살린 母

입력 2017-04-05 11:49  

단양에 '시루섬의 기적' 공원…자식 죽음 숨겨 230명 살린 母

(단양=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충북 단양군은 적성면 애곡리 남한강변에 스토리텔링 미니 공원 '시루섬의 기적'을 조성했다고 5일 밝혔다.






남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은 이 공원은 시루섬에 얽힌 안타까운 사연을 주제로 조성됐다.

공원은 젊은 여인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아기를 안고 있는 동상과 서로 꼭 붙어 선 채 단단히 스크럼을 짠 주민 모습을 담은 동판, 시루섬 사연을 소개한 석재 조형물로 이뤄졌다.

시루섬은 1985년 충주댐 건설과 함께 사라진 남한강의 작은 섬마을이다.

태풍 베티로 전국이 물바다가 된 1972년 여름 폭우가 쏟아져 마을 곳곳이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무섭게 불어난 강물은 섬을 집어삼켰고,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건 콘크리트 물탱크뿐이었다.

230여 명의 주민은 여섯 평 남짓한 물탱크 위에 올라서서 팔에 팔을 걸고 서로를 의지한 채 무릎까지 차오른 거센 물살을 밤새 버텨냈다.

날이 밝자 한 여성이 넋이 나간 얼굴로 숨이 끊어진 세 살짜리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간밤에 콩나물시루 같은 물탱크 위에서 압사했지만, 어머니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아이의 죽음이 알려지면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인간 띠에 균열이 생겨 모두 죽음의 위기를 맞을 것을 우려해 이를 악물고 밤새 슬픔을 속으로만 삼킨 것으로 전해진다.

단양군은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1501∼1570)과 관기(官妓) 두향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텔링 공원도 조성 중이며, 이달 말 완공할 예정이다.

k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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