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가 분석한 日방재활동…"지진은 사회적 실험의 계기"

입력 2017-04-05 15:56  

인류학자가 분석한 日방재활동…"지진은 사회적 실험의 계기"

신간 '재난과 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일본에서는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적 실험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방재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방재 조직을 꾸리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집니다."

이강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난학연구소 연구교수는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의 방재활동을 연구한 결과, 재난은 재앙임이 분명하지만 좋은 정치를 통해 새로움을 끌어내는 실험이 될 수도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인류학자인 그는 2009년부터 약 1년간 교토대 부설 방재연구소에서 일본의 방재과학 연구를 지켜봤다. 이를 바탕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했고, 신간 '재난과 살다'(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펴냄)를 출간했다.

그는 책에서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부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이에 일본에서 이뤄진 방재과학의 여러 시도를 들여다보고, 혼돈(chaos)의 상태에 있던 사회가 질서(cosmos)를 찾아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저자는 '지진에 대한 인간의 대응'이라는 주제를 탐구하기 위해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의 연구에서 세 개의 축은 '신', '사람', '사물'이다.

이 가운데 신은 일본의 고대 문학서 '고사기'(古事記)에 등장하는 재앙의 신 '스사노오노미코토'(須佐之男命)를 지칭한다. 저자는 대지진으로 인해 스나노오노미코토가 현대 사회에 다시 나타났다는 생각이 일본에 퍼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지진은 인류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난이라는 운명론에 굴복한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한신 대지진을 계기로 정부가 이끌던 방재 조직이 민간에서도 활발히 만들어지는 변화가 일어났다. 저자는 이를 지진에 대한 '반항'이라고 표현한다.

마지막 축인 사물은 한신 대지진을 예측하지 못했던 과학기술을 지칭한다. 저자는 "한신 대지진 이전에는 피해의 억지가 연구의 목적이었다면, 이후에는 피해의 경감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도 일본 사회의 실험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진 예측의 정밀도를 높이고 더 빨리 재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실험이 벌어졌다"며 "문제를 예상하고, 도구를 만들고, 집단을 형성해서 협상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지평이 확장됐다"고 강조했다.

그가 보기에 한국의 재난 대응 능력은 일본보다 뒤떨어져 있다. 시민단체 같은 민간 영역에서의 방재활동도 매우 부족한 편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뒤에도 긴급 재난 문자가 늦게 발송되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방재활동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44쪽. 3만2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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