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회의 대표가 5일 '5.9 대선' 출마를 천명했다. 그는 "지금 우리 여건에서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은 대통령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통합정부로 위기를 돌파하고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겨냥, "위기 상황을 수습할 대통령을 뽑는 것인데, 지난 세월이 모두 적폐라면서 과거를 파헤치자는 후보가 스스로 대세라고 주장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초 '킹메이커'역활을 할 것으로 알려졌던 김 전 대표가 직접 대선에 나서기로 한 배경은 분명치 않으나, 반문(반문재인) 결집을 위한 승부수라는 관측이 많다. 그 결행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등과 한 배를 타는 것이 우선이다. 그다음에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등과 정치적 결합을 모색하는 식이 되어야 한다. 킹메이커보다 대선후보라는 직함을 택한 것도 복잡하게 전개될 협상의 주도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음 직하다. 반문연대 대신 통합정부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는 국민 호응을 얻을 명분이 약하다. 정치적 지향점도 분명치 않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구상이 그대로 관철될 수 있을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난관은 적잖다. 먼저 정 전 총리, 홍 전 회장이 선뜻 동의할지 미지수다. 중도·보수 세력 간 통합도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무엇보다 공유할 이념과 노선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게 난제다. 더욱이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당장 홍, 유 두 후보의 보수 후보 단일화조차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자유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 청산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홍 후보는 "내가 T.K(대구·경북) 적자"라며 "큰 집(한국당)으로 전부 들어오는 게 순서"라고 하나, 유 후보는 "홍 후보는 대통령이 돼도 재판을 받아야 하는 무자격자"라며 한국당 해체와 홍 후보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대선 이후 정치적 입지까지 계산에 넣으면 이들 두 후보의 중도 사퇴는 거의 물 건너간다. 반문연대의 중심축이라 할 안 후보는 더욱 부정적이다. 최근 들어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문 후보와 양강 구도를 구축해가는 마당에 굳이 연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반문연대가 성사된다 해도 득실이 명확지 않은 측면이 있다. 보수층이 문 후보 대항마로 안 후보를 지목할 경우 자연스러운 대선 구도 재편이 가능하다.
반문연대의 성사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나 김 전 대표가 내건 통합정부론은 새겨들을 만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곧바로 안보·경제의 위기관리에 들어가야 하나 특정 정치세력에만 기댄 대통령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다. 더욱이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국회의 전면적 도움을 받지 못하면 불능정부가 되기에 십상이다. 밀어붙이기식의 독단적 국정운영이 안 되는 이유다. 다른 대선후보들도 급박한 국내·외 상황에 비춰 대선 이후 신속한 총력 대응체제 구축을 위한 구상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정치적 연대나 협치, 통합정부 등 큰 틀의 정치적 해법은 물론 이를 추진할 구체적 방식도 제시하고 국민 선택을 받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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