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리 교수 "한반도관련 양국간 '전략적 불신'때문에 협력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번 주 갖는 첫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놓고 각자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는 선에서 특별한 진전 없이 끝낼 공산이 크다고 존 딜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4일 자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폐기했다고 말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도 사실상 '전략적 인내 2.0'에 해당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딜러리 교수는 "한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선 뒤" 한국과 미국 간 대북 정책 조율 결과가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 핵 문제에 관한 미 중간 협력 전망과 관련, 이번 회담에서 양국 무역문제에 관한 대화가 잘 풀릴 경우 북한 핵 문제에 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압박 수위를 낮추고 시 주석은 대북 제재의 충실한 이행을 다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협상을 권하는 게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딜러리 교수는 주장했다.
중국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양국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 가는 계기로 만든다는 것을 기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말했다.
반면 최악의 결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지지층을 규합하고 내정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시 주석과 대결 기조를 택할 경우 양국 간 무역문제에서부터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이르기까지 "전투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상호 간 '전략적 불신'이 물밑으로부터 수면 위로 떠오를 수도 있다"고 딜러리 교수는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라크내 이슬람국가(IS) 거점인 모술을 언급하면서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미국 혼자 해결한다"고 말한 식으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면, 시 주석도 방관하지 않겠다며 "당신 패를 까보자"는 도전적인 태도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행동 카드를 꺼내면 시진핑 주석은 북한과 중국 간 군사동맹조약인 '조 중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 가운데 자동개입 조항인 제2항 카드로 맞대응할 것"이라고 딜러리 교수는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상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는 인식이 일치하지만, 한반도에 관한 전략적 이해 상충에 따른 '전략적 불신'이 잠복해 있기 때문에 실제 협력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고 그는 분석했다.
미국 입장에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진의를 의심한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중국에 아무리 성가신 존재라고 하더라도 중국은 북한을 동맹이자 자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소한 주한미군을 안전거리로 떼어놓는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북한 정권이 붕괴하면 난민이 중국에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우려 등 중국이 주장하는 한반도 안정론도 중국의 엄살이라고 미국은 본다. 핵무장을 한 북한 역시 붕괴 못지않은 불안정 요인인데, 중국이 안정론을 주장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을 지탱하기 위한 `변명'이거나 북한을 대미 '카드'로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의 한반도 관심은 북한 핵 문제의 '해결'에 있지 않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며 중국의 부상을 막는 데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진정성이 있다면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평화협정 협상, 관계 정상화, 경제 지원 등의 포괄협상을 제안할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은 동북아에서 미국이 구축하려는 한·미·일간 3자 안보협력과 일본에서부터 미얀마까지 포괄하는 안보구조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중국 측은 보고 있다. 결국, 북한의 위협은 미국의 더 넓은 지역전략에 자산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딜러리 교수는 미·중 간 이러한 뿌리 깊은 전략적 불신 때문에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방안에 관해 특별한 진전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거듭 말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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