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좌파정권 중 가장 '잘 나가는' 포르투갈의 성공이야기

입력 2017-04-0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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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좌파정권 중 가장 '잘 나가는' 포르투갈의 성공이야기

임금인상 계속·재정적자 40년래 최저치·지지도 고공행진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최근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2015년 급진 좌파와 사상 처음 맺은 좌파정당연대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2019년 총선에서도 좌파만으로 과반이 된다면 연대를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포르투갈 좌파연합 정권은 유럽 좌파 중 가장 '잘 나가고' 있다. 구제금융으로 혼란한 가운데 집권한 이후 긴축을 완화하고 임금을 인상하면서도 경제성장은 순조롭고 재정적자는 4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집권당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보수정당 소속인 마르셀루 헤벨루 지 소자 대통령조차 좌파정권의 나라 운영 실력을 인정할 정도다. 지난 2월 소자 대통령은 2014년 국제채권단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나락에 떨어졌던 포르투갈 경제가 "솔직히 지난 몇 해와 같은 회복력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면서 "그동안 놀랍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5일 유럽 전문 매체인 유랙티브에 따르면, 유럽 전역에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어려움을 겪는데도 포르투갈 사회당 정권이 당초의 회의론을 극복하고 빠르게 정치·경제·사회적 안정을 회복하고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해 주목받고 있다.






◇ 집권 위해 극좌정당과 좌파연대 첫 실험 = 현 포르투갈 정권은 연립정부는 아니다. 제 1당인 사회당이 각료직을 모두 차지한 소수 정부다. 다만 급진 좌파정당인 공산당과 '좌파블록'의 도움을 받아 의회 과반을 유지해 집권하고 있다.

2015년 총선에서 중도좌파 사회당은 집권 우파정당인 사회민주당(포르투갈 사민당은 보수정당이다)에 밀려 2위를 했다. 그러나 급진 좌파인 공산당, 좌파블록과 연대해 과반의석을 만들어 11일 만에 우파정부를 불신임하는 전략으로 정권을 차지했다.

1974년 군사독재 종식으로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래 극좌파와의 연정은 금기였으나 집권을 위해 이를 깬 것이다. 금융시장은 극좌파와도 손잡은 좌파정권이 정책을 급선회할 것을 우려했으며, 구제금융 치하에서 채권단과 우파정부의 지나친 긴축과 민영화 등에 시달리던 국민 사이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 임금인상 계속·재정적자 40년래 최저 = 그러나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상황이 확 달라졌다. 서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을 월 505 유로(약 60만6천원)에서 530 유로(63만6천원)로 올렸으며, 현 정권 마지막해인 2019년 600유로(약 72만원)가 될 때까지 계속 인상토록 돼 있다. 공공부문 임금과 연금 역시 단계적으로 인상되고 있다. 중도우파 정부가 추진하던 국유자산 민영화 속도는 대폭 늦춰지고 각종 긴축조치도 완화됐다.

그러면서도 재정적자율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1%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유럽연합(EU)과 2015년 약속한 4.4%나 EU 기준치(3%)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올해엔 1.6%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U 집행위원회는 포르투갈이 재정적자 규정 위반 후 부과된 제재 체제에서 곧 '졸업'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경제가 3년 연속 완만하나마 성장한데다 대대적 탈세 단속 덕에 재정수입이 크게 늘었다. 투자와 수출 증가로 올해 1.8% 성장이 예상된다. 2012년 마이너스 4% 성장과 대조적이다. 실업률은 2013년 17.5%에서 2016년 4분기 10.5%로 떨어졌다.






◇ 집권 사회당 지지율 고공행진 = 현재 사회당 지지도는 42%로 2015년 총선 때보다 10% 높아졌다. 유럽 중도좌파정당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2015년 총선 때 8.25%와 10.2%였던 공산당과 좌파블록 지지율은 약간 떨어지긴했으나 좌파3당을 합하면 과반을 훌쩍 넘는다. EU의 공식 여론조사인 유로바로미터 최근 조사에서 포르투갈의 정부 신뢰도는 39%로 2015년(15%)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현재로선 대부분 유럽 좌파정당에 이는 꿈의 지지율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등 집권 중도좌파 정당들은 지지율 하락에 허덕이고 있다. 9월 총선에서 10여 년 만에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독일 사민당도 포르투갈 사례에 관심을 둘 수 있다. 연정을 통해서만 집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사민당은 당초 녹색당과 및 급진 좌익인 '좌파당'과의 이른바 '적적녹 연정'을 모색했으나 사민당 강경좌파가 이탈해 옛 동독 공산당 세력과 합한 좌파당의 이미지 등을 고려, 우파정당인 자민당과의 연정도 고려 중이다.

코스타 총리가 좌파연대 내부의 화합을 잘 이룬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두 극좌 정당이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그리고 사회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경쟁과 양보를 하는 역동적 과정이 조절추 역할을 했다고 정치분석가 마리나 코스타 로보는 말했다. 또 공식 연정을 하지 않은 것이 좌파 3당이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극좌 2개 정당이 채무재협상 등 강경 방안을 고집하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이 됐다.






◇ 공공투자 대폭 감축, 장기 경쟁력 약화 우려 = 포르투갈 경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공부문 임금인상 재원이 재정수입 증가만으로 충당되지 않아 정부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유권자들이 그 효과를 단기간에 느끼기 어려운 분야, 바로 공공투자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올해 공공투자액을 지난해보다 16.5% 줄였다. GDP의 1.8% 수준으로 1960년 이래 가장 낮다.

이에 대해 건설산업협회(AECOPS)는 "재정적자를 줄이려 공공투자를 대폭 삭감함으로써 건설산업을 결정적으로 악화하고 경기회복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사회 인프라 노후에 따른 장기적 성장 저해를 우려하며 보건과 교육 부문 공공지출을 추가 삭감해선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른 문제도 있다. GDP의 130%에 이르는 공공채무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이는 그리스, 이탈리아 다음으로 많은 것이며 EU도 추가 감축을 압박하고 있다.

코스타 총리는 일단 공공사업 지출을 올해 20%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재정균형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단계적으로 신중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루투갈 채무위기의 가장 큰 요인으로 비난받은 과도한 지출을 잘 다뤄온 그는 "재정은 기적으로 관리할 수 없고 엄정하고 힘들고 신중한 정책을 통해 관리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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