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밀착경호로 한국생활 베일에 가려
일각선 "보호 아닌 접촉 차단" 의문 제기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소재 북한 식당(류경식당)에서 일하던 여성 종업원 12명이 남성 지배인과 함께 집단 탈북해 국내에 들어온 지 오는 7일로 1년이 된다.
통일부는 작년 4월 기자회견에서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 중이던 지배인과 종업원 등 13명이 집단 귀순했다"며 "이들은 4월 7일 서울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당시 통일부는 "이들 종업원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 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다"고 집단 탈북 배경을 설명했다. 한마디로 류경식당 종업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탈북을 결심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의 입국은 공교롭게도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엿새 앞두고 이뤄져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에 의한 '기획 탈북' 논란이 일었고, 당국은 부인했다.
류경식당 종업원들은 경기도 시흥에 있는 탈북민보호센터에서 4개월간 유관기관 합동조사를 받은 뒤 지난해 8월 자유인의 신분으로 한국사회에 발을 내디뎠다.
올해 3월에는 여성 종업원 대다수가 국내 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탈북 여종업원들은 한국사회에 무난하게 정착해 미래를 위한 학업 등 준비에 열중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들은 사회로 나온 지 8개월이 넘었고 또 대학생까지 됐지만, 여전히 관계 당국의 '보호' 조치 속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여종업원들에 대한 보호 조치는 여전하다"며 "이들은 '가'급 경호대상으로 분류돼 밀착 보호를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급 경호대상으로는 고위층 출신 탈북민이나 북한 김정은 정권을 강하게 비판해 잠재적 테러대상으로 분류된 일부 탈북민 단체장들이 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을 비판한 적도 없고, 북한에 위협이 될만한 기밀사항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식당 종업원들을 이처럼 '과잉보호'하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관계 당국이 여종업원들을 꼭꼭 숨겨두고 있다"며 "신변 보호라는 명분이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큰 것 같다"고 주장했다.
현재 극소수 관계자를 제외하고 여종업원들이 어느 대학에 다니는지, 어디에서 사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탈북민단체 대표는 관계 당국이 이들의 신상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이유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여종업원들과 접촉하려고 계속 시도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민변은 작년 5월부터 류경식당 여종업원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국내에 입국한 것인지를 확인하겠다며 여러 차례 관계 당국에 이들과의 접견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변은 자발적으로 탈북한 남성 지배인과는 달리 여종업원 일부는 목적지를 전혀 모른 채 지배인을 따라 한국행 비행기를 탔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변 통일위원장인 채희준 변호사는 지난해 9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북한의 해외식당은) 지배인이 가자고 하면 종업원은 따라가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채 변호사는 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종업원들이 대학에 입학했다는 보도를 보고 이들을 만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도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남성 지배인을 2차례 만났었다는 채 변호사는 "함께 탈북한 지배인도 여종업원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하더라"며 "관계 당국은 이들이 탈북민보호센터에 있던 작년 5월 하순부터 지배인과 여종업원들을 완전히 분리시켰다"고 말했다.
민변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등은 6일 집단 탈북 사건 1년을 맞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그동안 활동했던 내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한편 북한은 "남측이 여종업원들을 유인·납치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가족들까지 내세워 이들의 송환을 요구하는 동시에 유엔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yoon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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