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위대한 개츠비'…이정서씨 또 번역 시비

입력 2017-04-06 08:30  

이번엔 '위대한 개츠비'…이정서씨 또 번역 시비

"김욱동·김영하 번역 67군데 틀렸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2014년 '이방인' 번역본을 출간하며 기존 번역이 틀렸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번역가 이정서가 이번엔 '위대한 개츠비'를 들고 나왔다.

이정서는 최근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새움)를 새로 번역해 내면서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민음사), 김영하 작가(문학동네)의 기존 번역본을 실명으로 비판했다. 책 뒷부분에 153쪽 분량의 '역자노트'를 싣고 모두 67곳의 '오역'을 지적했다.

50가지 넘는 '위대한 개츠비' 한국어판 가운데 김욱동의 번역은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문장이 유려하다는 평가다. 김영하 번역본은 소설가답게 읽는 맛을 잘 살린 매끄러운 번역으로 널리 읽힌다.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이정서는 유명한 마지막 문장을 '그렇게 우리는 나아갈 것이다. 흐름을 거스르는 보트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쳐지면서.'라고 옮겼다.

같은 문장의 기존 번역은 이렇다.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김욱동)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 새 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김영하)

이정서는 김욱동·김영하의 번역에 대해 "저것을 읽고 읽힌다고, 명문이라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벌거숭이 임금님을 치켜세우는 신하들과 다를 바 없게 되는 것"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이정서가 지적한 '오역'은 번역가의 재량에 속하거나 맥락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중 화자인 캐러웨이와 개츠비의 대화 가운데 'Oh, I beg your pardon.'을 이정서는 '아, 실례했습니다.'로 옮겼다. 그러면서 '아, 이런, 미안.'으로 번역한 김영하에게 "다른 번역과 다르게 보이려는 의도와 우연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김영하는 20대에서 30대 초반인 인물들의 젊음과 치기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기존 하오체나 합쇼체 대신 반말을 썼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이정서는 '이방인'을 번역해 출간하면서도 "우리가 읽은 '이방인'은 카뮈의 '이방인'이 아니다"라는 둥 도발적 문구를 동원했다. 당시 타깃은 국내 최고의 알베르 카뮈 전문가로 꼽히는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였다. 그러나 정작 기존 번역과 결정적 차이는 없는데다 번역자의 실체가 출판사 새움의 이대식 대표로 드러나면서 과도한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정서는 자신의 번역 원칙을 "아무리 긴 문장이라 해도 작가의 문체를 임의로 해체하지 않겠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원문의 쉼표 하나까지 살려야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장부호를 포함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옮긴 '완벽한' 직역이 옳다는 얘기다. 444쪽. 1만4천800원.




이씨와 정반대 지점에서 번역 문제를 바라보는 책도 나왔다. '번역가들의 대부'로 불리는 그레고리 라바사(1922∼2016)는 회고록이자 번역이론서인 '번역을 위한 변명'(세종서적)에서 번역자가 "아무런 얼굴도 가지고 있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탓에 스스로를 배신한다고 말한다. "번역의 당초 목표를 배신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진부한 규범을 더 중시하면서 확신에 찬 직감을 희생"한다는 것이다.

라바사는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평가는 저자들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라며 번역 비판자들을 '호렌도 교수'(professor Horrendo·소름 끼치게 무서운 교수), '번역 경찰'이라고 표현했다. "그 비평가는 남의 번역서를 헐뜯으면서 치안 유지를 생각했다기보다 경찰의 잔인한 심성을 먼저 발휘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라바사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등 스페인·포르투갈어권 작가들의 작품을 영어로 옮긴 번역가다. 마르케스가 "'백년 동안의 고독' 영역본을 내가 쓴 스페인어 원본보다 더 좋아한다"고 극찬했다.

라바사의 책은 영미문학 전문번역가 이종인이 우리말로 옮겼다. 이종인은 원문과 번역문의 일대일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원문 그대로'라는 주장은 두 언어의 문법 구조를 도외시한 기계적 조언에 지나지 않는다. 번역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론적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나 번역 현장에서는 통하지 않는 탁상공론"이라고 했다. 292쪽. 1만6천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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