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구조조정까지 이어진 산은과 조양호의 질긴 인연

입력 2017-04-0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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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구조조정까지 이어진 산은과 조양호의 질긴 인연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조양호 회장 '서명' 받아야 성사

방위산업진흥회장 13년째 연임 중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042660] 채무 재조정을 위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산업은행·금융당국과 갈등을 겪었고, 한진해운은 결국 법정관리 끝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런 '악연'이 있는 산은이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조 회장의 사인을 얻어야 한다는 점은 이번 구조조정의 아이러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을 위해 지난 3일 KEB하나은행·우리은행·국민은행·농협은행 등 9개에 합의서를 보냈다.

시중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 무담보채권 7천억 원 가운데 80%(5천600억 원)를 출자전환(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받는 것)하고 나머지는 만기를 5년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시중은행 외에도 서울보증보험과 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도 산은이 보낸 합의서를 받았다. 이들 기관이 대우조선에 방산 관련 보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보증은 1조2천500억 원, 방진회는 9천100억 원 한도로 방산 관련 보증을 요청받았다.

대우조선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17척의 잠수함 수주 실적이 있으며, 전투함·잠수함 등 방산 부문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잠수함 같은 특수선의 주요 구매자인 방위사업청은 방진회나 서울보증의 보증서가 있어야 선수금을 주기 때문에 이들 기관의 참여는 대우조선 회생에 필수적이다.

이렇듯 산은과 대우조선이 앞으로도 협조를 받아야 하는 방진회 회장을 바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맡고 있다.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을 위한 합의서 서명란에는 이동걸 산은 회장, 최종구 수출입은행 회장을 포함한 13개 기관 수장의 이름이 나열돼 있다. 맨 마지막에 '방위산업진흥회 회장 조양호'가 올라 있다.





방진회는 국내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1976년 출범한 곳이다. 대한항공[003490], 삼성테크윈, 기아자동차[000270] 등 723개 업체가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방위산업 경쟁력 향상과 수출 촉진, 조사·연구, 회원사 이익 도모를 주로 한다. 대우조선에 해준 것과 같은 방위산업 보증지원도 주요 업무다.

대한항공의 방진회 내 위치가 커 조 회장은 2004년부터 13년을 내리 회장직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연임됐으며, 이번 임기는 2018년 2월까지다.

기업 구조조정을 지휘하고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은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낸 이유에 대해 "대주주가 '내 팔 하나 자르겠다'는 결단이 없었다"(이동걸 회장 발언)며 오너인 조 회장의 희생이 부족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정상화 과정을 이어가게 된 현대상선[011200]의 경우 현정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는 등 대주주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으나, 한진해운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 회장도 "한진해운을 살리려는 노력을 현대상선 이상으로 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조 회장은 경영난을 겪던 한진해운을 2014년 떠맡으면서 한진칼[180640], 대한항공 등 계열사를 통해 1조 원 이상을 지원했다.







이동걸 회장과 조 회장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두 달 전인 지난해 6월 독대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고, 산은은 결국 한진해운의 손을 놓았다.

그로부터 9개월.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을 위해 산은은 조 회장의 사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한진그룹이 아니라 방진회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동의를 얻는 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방진회의 대우조선 보증 동의 문제는 현재 전혀 걸림돌이 되고 있지 않다"며 "방진회 실무진이 업무를 주도하고 있어 조 회장까지 의사 결정을 해야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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