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강종훈 기자 = "예전에는 매출이 안 나오면 특가 행사 등으로 가격을 낮춰 대응했는데, 요즈음은 소비하는 사람 자체가 줄어 행사를 해도 별 반응이 없어요."
A 백화점에 입점한 한 캐주얼 의류 브랜드 매니저(관리자) 강 모 씨는 5일 최근 판매 동향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어려웠는데, 지금 (판매부진이) 가장 심한 것 같다"며 "매출이 1년 전보다 20~30%는 빠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백화점에 오는 손님 수 자체가 줄어서인지, 우리 매장뿐 아니라 대부분의 백화점 매장들이 다 어렵다"며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혹시나 나아지지 않을까 막연하게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 여성 의류 브랜드의 영업부장 이 모 씨가 전하는 체감 소비 경기도 비슷하다.
이 씨는 "올해 1~2월의 경우 뒤늦은 추위로 매출이 작년보다 다소 늘었다"며 "하지만 3월 들어 우리 브랜드뿐 아니라 의류 업계 전체 매출이 많이 빠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업체가 우리 회사를 포함해 20곳 정도 있는데, 3월 실적만 보자면 6개 정도만 매출이 작년보다 늘었고 나머지 12개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시내 유명 B 백화점의 3월 매출 집계에 따르면 여성 엘레강스·영캐릭터·영컨템포러리 등 전형적 여성의류 상품군의 매출은 1년 전보다도 3% 가까이 뒷걸음질 쳤다. 가장 경기에 민감하다는 여성 옷의 판매 실적이 거의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이다.
이 씨는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대를 보면 소비 위축을 실감할 수 있다"며 봄 트렌치코트를 예로 들었다.
이 브랜드의 트렌치코트 가격은 보통 30만 원대 후반인데, 판매부진 대책의 하나로 20만 원대 후반 가격에 맞춘 트렌치코트를 내놓자 그나마 소비자들이 이 품목만 사 간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결국, 소득·고용·노후 등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자들이 전반적으로 씀씀이 자체를 줄이는 가운데, 이른바 '가성비(가격대비 좋은 성능·품질)'를 강조한 제품에만 수요가 몰린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가처분소득 대비 지출 비중을 나타내는 한국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 지수가 지난해 4분기 69.7%로 사상 처음 60%대로 떨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100만 원을 손에 쥐면 70만 원도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대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려는 경향은 백화점보다 상대적으로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형 할인마트에서 더 뚜렷하다.
마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진열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신선도가 떨어지는 상품을 싸게 파는 '알뜰 구매 코너'를 찾는 손님 수가 예년보다 20~30% 정도 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전단에 할인 품목으로 찍힌 상품의 매출은 평소의 3~4배까지 뛰었지만, 요즈음엔 매출이 두 배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웬만한 프로모션은 먹히지도 않는다.
그래도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대통령 선거 등이 다가오면서, 정국 혼란이 마무리되고 소비 경기도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A 마트 관계자는 "여러 행사가 겹친 영향이긴 하지만, 4월 들어 1~4일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 늘었다"며 "제발 따뜻한 날씨와 함께 얼었던 소비 심리도 풀리는 징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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