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로 모인 젊은 층이 시위 주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2일 치러진 세르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알렉산다르 부치치(47) 현 총리가 압도적 표차로 승리한 이후 세르비아 주요 도시에서 이틀 연속 대규모 부치치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는 부치치 총리가 당선을 확정지은 3일에 이어 4일 저녁에도 주로 젊은 층으로 이뤄진 수천 명의 시위대가 국회의사당 앞 등 시내에 운집해 "부치치는 도둑이다. 그가 선거를 훔쳤다", "선거는 무효다", "독재에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벌였다.
부치치 총리는 총 11명의 후보가 난립한 세르비아 대선에서 약 55%의 표를 얻어, 인권운동가 출신의 친서방 자유주의자인 사사 얀코비치(득표율 16%)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차 투표에서 손쉽게 당선됐다. 그는 내달 하순에 대통령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것으로 알려진 시위대는 세르비아 국기와 함께 체 게바라 초상이 그려진 대형 깃발을 흔들고, 북을 치고, 호루라기를 불며 부치치 당선자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다.
시위에 참여한 22세의 학생 네마니아 도미치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부치치가 사퇴하는 것"이라며 "그는 독재자이며, 우리는 그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또 부치치가 대부분의 언론을 장악한 채 치러진 이번 선거가 불공정했을 뿐 아니라 유권자들이 위협을 받기도 하는 등 조작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反) 부치치 시위는 북부 노비 사드와 남부 니스 등 세르비아 제2, 제3의 도시에서도 진행됐다.
부치치 당선인은 자신을 반대하는 시위에 대해 "누구나 선거 결과에 만족하지 않을 권리를 갖고 있다"며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되는 한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대선에서 부치치 총리에 이어 2위를 한 얀코비치는 트위터에 "베오그라드 거리를 메운 젊은이들이여. 공정하지 못했던 선거에 대해 자유롭게 항의하되 비폭력 시위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당부의 글을 올렸다.
이번 선거에서 부패한 기존 정치권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하며 9%를 득표, 돌풍을 일으킨 25세의 정치활동가 루카 막시모비치는 동년배들의 시위에 지지를 표현하면서도 자신과 이번 시위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정치적 기반 없이도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내 임무를 다했다"며 "이제 지역 운동과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이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세르비아는 의원내각제 국가로 대통령보다 총리의 권한이 크지만, 세르비아 야당들은 지금도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정실 인사 등을 일삼고 있는 부치치 총리가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발판으로 권력을 더 공고히 해 세르비아를 독재 체제로 끌고 가려 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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