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치아니 빼돌린 탈세 리스트 '오염된 증거' 판단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스위스 연방 대법원이 탈세 혐의를 받는 프랑스인 부부의 조사에 협조해 달라는 프랑스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5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법원은 프랑스 당국이 HSBC와 거래하며 탈세한 것으로 의심하는 이 부부에 대한 증거 자료가 2008년 에브르 팔치아니가 빼돌린 명단에 근거하고 있다며 '오염된 증거'로 수사에 협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팔치아니는 스위스 제네바의 HSBC PB(개인자산관리) 사업부에서 IT 직원으로 일하며 고객 10만6천 여 명의 명단을 몰래 빼돌렸다.
그는 레바논에서 명단을 팔아넘기려다 스위스 경찰에게 붙잡혀 제네바에서 조사를 받은 뒤 프랑스로 가서 빼돌린 고객 명단 자료를 디스크 5개에 담아 당국에 넘겼다.
팔치아니는 경제 기밀 유출 혐의로 궐석 재판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지만 프랑스에서 머물며 처벌을 피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4년 이 부부가 스위스에 비밀 계좌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 협조를 요청했고 스위스 금융 당국도 협조를 약속했지만 이 부부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법정으로 사건이 넘어갔다.
연방 대법원은 "팔치아니가 빼돌린 정보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범죄의 결과"라면서 그가 유죄 판결을 받은 점도 언급했다.
불법 증거는 수사와 재판에서 사용될 수 없다는 '독수독과' 이론을 적용한 결정이다.
팔치아니는 당시 탈세자들의 명단을 폭로하면서 '금융계의 스노든'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한편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명단을 훔친 잡범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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