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 백지상태서 유럽파 재평가 방침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감독님 보셨죠? "
한국 축구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손흥민(25·토트넘)이 8일(한국시간) 유럽파 점검차 토트넘의 홈구장을 직접 찾은 울리 슈틸리케(63) 감독이 보는 앞에서 최고의 활약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손흥민은 이날 영국 런던의 화이트 하트 래인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서 두 골에 도움 1개를 기록하며 4-0 완승에 앞장섰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슈틸리케 감독이 유럽에서 뛰는 대표팀 자원들의 컨디션과 소속팀 내 위상을 확인하기 위한 첫 행보로 토트넘 경기장을 찾은 날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통역을 대동한 채 관중석 한쪽에서 손흥민의 경기 장면을 관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대표팀의 불안한 경기력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경질론이 불거지다가 가까스로 재신임을 받은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 선발과 기용에서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 K리거들의 경기력이 나쁘지 않은 데도 유럽파에 의존한다든가, 출전 시간이 적은 중국파를 중용한다는 등의 비난에 직면했다.
또 지난달 28일 시리아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때는 1-0 승리를 지휘하고도 무기력한 플레이에 집중 질타를 받았다.
당시 손흥민도 기대했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덩달아 축구팬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나는 냉정하게 내 플레이를 평가한다.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였다. 책임감을 느끼며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자신의 플레이에 실망감을 표현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음에도 공격 포인트를 못 올린 건 그렇다 하더라도 특유의 개인기를 이용한 돌파와 폭발적인 스피드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유임 결정에도 팬들의 성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유럽파 '재평가'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손흥민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을 포함한 모든 유럽파 선수들을 대상으로 백지상태에서 경기력과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을 고려해 발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인 세운 것이다.
앞서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선 "손흥민이 소속팀에서 절박한 처지라 공을 뺏기면 수비 지역까지 내려와 경쟁하는 투쟁심을 보이지만 대표팀에서는 이미 스타라서 긴장감이 떨어지는 플레이를 한다"는 불만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선 이런 기술위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결국 유럽 투어에 나서게 됐다.
이런 가운데 손흥민은 슈틸리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종횡무진 활약으로 경기력에 대한 의구심을 씻어냈고, 6월 13일 카타르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에서도 활약도 기대하게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의 활약이 반가우면서도 소속팀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대표팀으로 고스란히 가져올 방안을 짜내야 하는 과제도 함께 안게 됐다.
한편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에 이어 기성용의 경기를 보고,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을 면담한 뒤 독일로 건너가 '아우크스부르크 듀오' 구자철과 지동원을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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