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챙기는 살림꾼…"올림픽 향해 나날이 발전하겠다"
(강릉=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맏언니' 이규선(33)과 갓 고등학교에 진학한 김희원, 엄수연, 이은지(이상 16) 등 '2001년생 3인방'의 나이 차가 17살에 이른다.
차근차근 엘리트 코스를 밟아 학연, 지연으로 얽힌 다른 대표팀과 달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외인부대'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선수 구성이 제각각이다.
캐나다 교포 박은정(28·캐나다명 캐롤라인 박)과 임진경(24·캐나다명 대넬 임),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랜디 희수 그리핀(29), 입양아 출신인 박윤정(25·미국명 마리사 브랜트) 등 한국어가 서툰 선수까지 여럿이다.
자칫 파벌로 나뉘고, 선수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형성되기 쉬운 여건이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아이스하키도 좋지만 팀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 느낌이 너무나 좋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2015년 1월 대표팀에 합류해 지난해 한국 국적을 회복한 박윤정은 "대표팀 선수들 모두를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다.
그 중심에는 부주장 조수지(23)가 있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에 다닌 조수지는 유창한 영어로 새러 머리(29·캐나다) 감독 통역에다 교포 선수들과 국내 선수들을 잇는 가교 구실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여기에 특유의 친화력으로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조수지가 없었다면 대표팀이 나이차와 언어 장벽을 극복하고 지금과 같이 끈끈한 우애를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4일 관동 하키센터 연습링크에서 대표팀 공식 훈련이 끝난 뒤에 만난 조수지는 "나이가 중간이라 부주장을 맡은 것뿐"이라며 "감독님 통역을 하는 것 외에 특별히 하는 것은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우리 팀 언니, 동생들이 서로 잘 챙겨주고, 다들 친구처럼 지내는 분위기라 부주장 하는 데 별달리 어려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조수지는 대표팀의 '살림꾼' 역할을 도맡고 있지만, 경기장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2일 강원도 강릉에서 개막한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 대회에서는 기량 면에서도 괄목할만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조수지는 3경기에서 4포인트(1골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이번 대회 포인트 부문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표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던 조수지는 어느덧 팀 공격에서도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예전에는 무턱대고 시키는 대로만 연습했다면 지금은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큰 목표가 생겼다. 각오 자체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부쩍 좋아진 실력에 맞춰 지난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때만 해도 3라인에서 뛰던 조수지는 이번 대회에서는 1~2라인에서 공격을 이끌고 있다.
그는 "이번 세계선수권이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자국에서 열리는 만큼 전승 우승을 꼭 달성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올림픽을 향해 하루하루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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