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4조5천억 달러(약 5천80조원)에 이르는 보유자산의 규모를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시사하면서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이미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하락 반전한 채 마감했고, 아시아증시도 오전 10시 15분 현재 일본 닛케이지수가 1%, 한국 코스피지수는 0.5%가량 각각 떨어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공개된 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연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조5천억 달러까지 폭증한 보유자산 규모의 축소를 개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진행해왔던 일련의 부양책의 끝을 알리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연준은 회의록에서 "경제가 예상한 경로대로 움직이고 있어 참가 위원 대부분은 기준금리의 단계적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올해 하반기 보유자산 재투자정책을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연준 위원들이 2015년 12월 9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데 이어 2단계에 해당하는 보유자산 축소 시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준 위원들은 재투자를 종료할지 또는 줄여나갈지, 보유자산 중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동시에 줄일지 별도로 줄일지 등 보유자산 축소 시기와 방식에 관해 토론을 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토론은 다음 달 2∼3일 FOMC에서 재개될 전망이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실시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미국 국채와 MBS 보유금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난 9년간 자산규모가 약 5배로 증가했다. 2008년 3월 9천억 달러였던 보유자산 규모는 현재 4조5천억 달러에 달한다.
연준의 미 국채 보유액은 2조5천억 달러, MBS 보유액은 1조8천억 달러 수준이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그동안 장기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온 연준의 자산보유가 축소될 경우 국채 금리 상승 등의 요인으로 작용해 미국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나아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당초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 중반께 보유자산 규모 축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클 수 있다.
연준의 보유자산 규모 축소 방식은 직접적인 자산매각보다는 만기도래분 또는 조기상환분의 재투자를 종료하는 수동적, 점진적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100년간 중앙은행이 보유자산을 직접 매각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기에 자산을 직접 매각하면 실현손실을 초래해 수지를 악화시키는 문제도 있다.
다만, MBS의 경우 최종상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연준이 대차대조표의 정상복귀를 서두른다면 MBS 매각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연준의 보유자산 규모 축소가 재투자 중단 등의 형태로 시작되면 향후 3년간 민간부문이 추가로 소화해야 할 국채발행 물량이 최대 1조5천억 달러(1천700조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연준이 3차 양적 완화 프로그램으로 사들인 물량을 되돌리는 정도가 된다.
이로 인한 금리 상승 폭은 과거 사례나 재무부 전망 등을 고려할 때 국채 10년물 금리를 10∼35bp(1bp=0.01%포인트)가량 상승시킬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5∼15년물 구간의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MBS 스프레드는 재투자 축소 기대를 선반영해 5∼10bp가량 확대된 뒤 자산축소가 본격 시작되면 15∼30bp 이상 스프레드가 확대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은행 간 시장인 단기자금시장의 금리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한은은 덧붙였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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