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 공동연구팀, 세계 최초로 밝혀내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아프리카에서 사는 소들이 37℃ 이상의 더위를 이겨내는 것은 특정 유전자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영국, 호주 등 9개국 17개 연구팀으로 구성된 '아프리카 소 게놈 컨소시엄'(African Cattle Genome Consortium)은 세계 최초로 소의 더위 저항성 관련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 연구는 농진청이 지원하는 차세대바이오그린21 동물분자유전육종사업단과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 사업의 하나로, 우리나라가 중심이 돼 진행했다. 한국에서는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과 서울대·전북대·(주)조앤김 지노믹스 등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기후에서 적응해 살아가는 아프리카 토착 소 품종 48마리의 3천700만 개 유전적 변이를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온도에서 잘 적응한 아프리카 토착 소와 한우, 홀스타인, 저지, 앵거스 같은 상용 소 품종의 게놈 정보를 비교한 결과, 고온에도 잘 견딜 수 있는 원인 유전자 4개를 발굴했다.
더위에 잘 견디는(내서성) 아프리카 품종은 한우와 유럽계 품종보다 열충격단백질 관련 유전자들이 오래전부터 유전적 구조를 유지하며 현재까지 보존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열 조절 유전자와 관련된 슈퍼옥사이드디스뮤타제(SOD1)라는 유전자에 존재하는 단일염기서열변이(SNP)는 아프리카 토착 소에서는 95% 이상 보존됐지만, 한우를 비롯한 상용 품종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우의 사육 적정온도는 10~20℃다. 비육우의 경우 26℃ 이상이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30℃ 이상이면 발육이 멈춘다. 심한 경우 폐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만 이번 연구는 한우 품종 일부에 대해서만 조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추가 연구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진드기 저항성, 우유 생산 등 생산성 관련 유전자와 인수공통전염병인 수면병의 저항성 유전자도 확인했다.
수면병은 한 번 걸리면 잠이 든 채 숨을 거두는 병으로 사람과 동물 모두 걸릴 수 있다. 연간 50만 명의 사람이 감염돼 5만여 명이 숨질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수면병 저항성이 있는 서북부 아프리카의 '엔다마'라는 품종의 경우 식조절(feeding behavior), 빈혈 조절 유전자 등 4개 유전자가 수면병 감염에도 체중 유지와 무기력함·빈혈을 이겨내게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유전체 생물학회'(Genome Biology)에 실렸다.
농진청은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축산 분야의 중요 쟁점이 되는 만큼, 이번 연구결과를 환경 적응성이 높은 한우 집단을 육성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임다정 농진청 동물유전체과 농업연구사는 "한우가 보유하고 있는 내서성, 질병저항성 유전체 분석 연구를 추가로 진행해 DNA 정보를 활용한 가축 생산성 향상 연구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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