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도 쌓인 선체 갑자기 균열·침몰…"선박검사 강화해야"

입력 2017-04-06 11:46  

피로도 쌓인 선체 갑자기 균열·침몰…"선박검사 강화해야"

과거 광석운반선 다수 침몰 "선령제한 없는 외항화물선 비파괴 검사 필요"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초대형 철광석 운반선인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로 22명이 실종된 가운데 선령 제한이 없는 외항 화물선의 선박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과거 선박 침몰 사례를 보더라도 철광석을 실은 화물선이 스텔라데이지호처럼 운항 중 갑작스럽게 침몰한 경우가 많았다.


2011년 11월 13일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철광석 1만6천992t을 싣고 중국 산둥으로 향하던 1만5천t급 화물선 '브라이트 루비'호가 남중국해에서 갑자기 침몰했다.

수분이 많이 함유된 철광석을 실은 배가 강한 비바람에 흔들리면서 화물창 내의 철광석이 액체같이 변하는 현상(액상화) 때문에 복원력을 상실해 배가 급격하게 기울어 침몰한 것으로 중앙해양안전심판원(해심원)은 결론 내렸다.

이 배의 선령은 25년이었다.

당시 선원 21명 중 13명이 구조됐지만 한국인 3명·미얀마인 3명이 실종됐다.

1985년 12월 12일에는 철광석 9만7천635t을 가득 실은 호프스타호(6만5천942t)가 호주에서 출발해 프랑스로 가던 도중 배 앞부분이 너울성 파도를 맞았고 30여 분 뒤 침몰했다.

1, 2번 화물창 부근이 갈라져 선체가 40도 이상 왼쪽으로 기울면서 다시 오른쪽 4번 화물창과 기관실 격벽 사이 강판이 절단되면서 배가 두 동강 난 것으로 해심원은 분석했다.

선원 24명은 다행히 침몰 전 퇴선해 구조됐고 선장은 퇴선 과정에서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해심원은 선령이 15년인 호프스타호가 선체가 부식되고 강판이 노후해 일반적인 기상 조건에서도 침몰한 것으로 판단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역시 사고 전 기상이 나쁘지 않아 침몰 원인에 의문이 제기됐으나 해운업계에서는 선체 피로도가 누적된 상황에서는 작은 파도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993년 일본에서 유조선으로 건조된 스텔라데이지호는 이중 선체를 의무화한 국제 규정에 따라 퇴선 위기에 몰렸다가 선사가 사들여 2009년 1월 중국의 한 조선소에서 철광선 운반선으로 개조했다.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은 스텔라데이지호 선체의 모든 강판과 중요 부품을 교체했다고 밝혔지만 개조 뒤 8년 만에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


생존 선원 증언을 보면 스텔라데이지호는 선체 균열로 많은 양의 해수가 들어와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5분여 만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물이 닿으면 비중이 높아지는 철광석의 특성상 급격한 무게 상승 때문에 배가 왼쪽으로 기울고 선체가 부서져 침몰했을 가능성에 선사 측은 무게를 두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무거운 철광석을 싣는 광탄선은 화물선, 유조선 등 다른 선종보다 선체 피로도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화물칸마다 실리는 철강석 양이 다르면 서로 뒤틀리거나 균열이 가는 전단응력(shearing stress)이 달라져 선체에 큰 하중이 작용하고, 외해의 강한 파도에 많이 노출될수록 물체를 굽히려는 성질인 '굽힘 모멘트'가 선체에 누적된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전언이다.

배가 크면 클수록 이런 현상이 더 강해지고 실제 스텔라데이지호 같은 초대형 광탄선(Very Large Ore Carrier)은 선수 부분에 파도를 맞으면 배 전체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박상익 전국해운노조협의회 선원정책개발팀장은 6일 "철사를 휘었다 폈다 계속 반복하면 겉으로 볼 때 멀쩡하게 보이지만 어느 순간 뚝 부러지는 이치와 같다"며 "선령도 무시 못 하지만 갑작스러운 균열·침몰을 막으려면 선박이 어떤 환경에서 운항해 선체 피로도가 얼마나 쌓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어 "철광석 운반선은 화물칸이 침수되면 철광석의 무게 증가로 침몰 위험이 상당히 커 선체 비파괴 검사 등 정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선령 제한이 없는 외항 화물선의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철광석 운반선으로 개조된 스텔라데이지호는 아시아태평양 항만국통제위원회로부터 8번에 걸쳐 외국 선박 안전성 검사를 받은 결과 선박구조의 방수·방풍과 추진기관·보조기기 상태를 비롯해 총 29건의 결함을 지적받았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선박의 안전점검을 위탁받은 한국선급(KR)은 정기·연차 검사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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