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 "선수로 뛰었던 경험을 잘 활용해서 저 만의 색깔을 보여드릴게요."
서희경(31)은 200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절대 강자였다.
18개 대회에서 5승을 쓸어담아 다승왕, 상금왕, 평균타수 1위를 휩쓸었다.
2015년 은퇴한 서희경은 6일 제주도 서귀포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에서 해설가로 데뷔 무대에 올랐다.
올해부터 SBS 골프에서 KLPGA투어 대회 전문 해설위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서희경은 첫 생방송 출연을 마친 뒤 "선수로 데뷔할 때만큼 가슴이 뛰었다"고 말했다.
아침밥마저 거르고 준비했던 첫 생방송 출연은 그러나 10분 만에 끝났다.
해설을 맡은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이 1라운드 경기가 악천후로 취소되면서 이날 중계방송도 10분만 진행했기 때문이다.
서희경은 "준비를 많이 했는데 아쉽긴 하지만 더 준비할 수 있게 되어서 한편으론 다행"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서희경은 은퇴가 빨랐던 편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선수 생활을 접게 됐다. 하지만 영영 골프를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막연하게 골프와 새로운 인연을 모색하던 서희경은 지난해 이맘때 해설위원 제안을 받았지만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던 터라 응할 수 없었다.
지난해 7월 둘째를 낳은 서희경은 올 1월 또 한 번 제안이 오자 큰 고민 없이 수락했다.
남편과 시부모님도 "재능을 썩히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응원해줬다.
선뜻 응하긴 했지만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우승을 아무리 많이 했어도 대회 때마다 첫 티샷을 앞두면 잘할 수 있을까, 실수는 않을까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서희경은 "막상 해설을 맡으니 그런 걱정이 밀물처럼 몰려왔다"고 털어놨다.
리허설 때는 정말 선수 데뷔 때만큼 긴장했다.
그러나 다행히 리허설 방송을 거듭할수록 용기가 났다.
서희경은 "나도 모르게 말이 술술 나왔다"면서 "현역 시절에 워낙 방송 인터뷰를 많이 해서인지 카메라 울렁증이 없는 게 도움이 된 듯하다"고 설명했다.
서희경은 전성기에 '쳤다 하면 티샷은 페어웨이, 아이언샷은 그린'이라고 할 만큼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팔, 다리가 긴 서희경의 멋진 스윙은 '명품'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서희경은 해설에서도 '완벽 해설'과 멋진 '명품 해설'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다.
완벽한 명품 해설을 위해 서희경은 가능하면 선수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
"선수 생활을 오래 했으니 상황마다 선수들의 생각과 감정, 의도를 파악하는 데 유리한 건 사실"이라는 서희경은 "선수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선수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서희경은 출전 선수들과 나눈 대화를 적어놓은 메모장이 가득 쌓였다.
중계방송에서 서희경과 호흡을 맞추는 임한섭 캐스터는 "현역 선수의 경험이 우러나오는 명품 해설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서희경은 "상금왕의 명예에 흠집이 나면 안 되니까 최선을 다해야죠"라며 "기왕 시작했으니 잘 해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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