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변호인 '다른 사람은 없나' 반대신문…재판부 "생각 말고 경험 말해달라"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뢰가 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블랙리스트) 등의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다고 증언했다.
유 전 장관은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 등 '블랙리스트 재판'의 증인으로 나와 장관 재직 시 블랙리스트 지시 경위 등에 대해 진술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모철민(전 교육문화수석)을 통해 내려오는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대해 우리 부서는 전혀 따르지 않아 많은 갈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 부임 이후 고위 공무원 인사 조처, 블랙리스트 작성 등의 지시가 내려왔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은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대통령께 '반대하는 사람도 안고 가야 통합이 된다'고 말씀드렸고, 대통령도 '원래 하려던 것처럼 하라'고 하셔서 모철민을 통해 내려오는 지시를 따르지 말라고 실·국장에게 지시했다"며 그래서 갈등이 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의 뜻과 달리 '김 전 실장이 호가호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있었다"며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후에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장관직에서 물러나기 직전 박 전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함께 이야기할 기회를 얻게 됐다며 당시 기억을 상기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김진선 당시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경질, 자니윤의 한국관광공사 감사 임명, 블랙리스트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또 "세월호 참사로 국민이 슬퍼하고 무기력해지고 갈등이 깊어진 상황일수록 반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도 했다.
유 전 장관은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 없이 이야기를 들으셨다"며 "말하는 동안 전혀 반응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이 모든 것들을) 분명히 알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에 대한 무한 신뢰를 하는 말을 듣고 호가호위가 아니었구나, 앞으로 김 전 실장이 이 자리에 있는 한 기조는 바뀌지 않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진선 위원장을 경질하는 과정이 잘못됐다고 박 전 대통령에게 이야기하면서 김 전 실장의 역할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이 분이 김 전 실장에 대해 갖는 신뢰가 어마하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은 반대신문을 통해 "증인이 말한 사람과 관련된 다른 사람이 김 전 실장 외에는 없나"라면서 "청와대나 박 전 대통령을 지원하는 사람 중에 김 전 실장 외에 다른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캐물었다.
이에 유 전 장관은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김 전 실장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이후 몇 차례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고 재판장은 유 전 장관에게 "증인의 의견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형사재판은 직접 경험한 것만 답변해야 한다. 본인이 알고 있는 사실과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 답해야 형사재판이 의미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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