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돌풍에 은행·비은행·카드사들 초긴장 모드
"제대로 된 위상 평가 1년 지나야"…회의적 시각도 존재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송광호 박의래 기자 = 전운이 전쟁으로 현실화됐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금융회사의 비대면(온라인) 무한경쟁이 본격화됐다.
이달 3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위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출범 3일만인 지난 6일 신설 계좌 10만개를 돌파했다. 시중은행들의 월평균 비대면(온라인) 계좌 개설 실적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준비 과정 지연 등으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은행보다 싼 대출금리와 높은 예금금리에 편리함과 속도를 앞세워 비대면 분야의 새로운 강자로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이용자가 4천만명인 카카오톡을 앞세운 카카오뱅크의 6월 가세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기존 금융사들의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 관리 비용이 늘어나는 등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으로 '비대면'으로의 흐름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시중 은행장들은 신생 케이뱅크를 경쟁자 반열에 올렸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케이뱅크를 '디지털 경쟁자'로 규정했고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신한의 경쟁자는 ICT(정보통신기술)기업"이라고 말했다.
신생 업체에 대한 립서비스가 아니다. 은행들은 무이자대출 확대를 포함해 여·수신 금리를 고객에게 이롭게 조정하고 새로운 비대면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의 10%까지 연 0%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또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설치나 회원가입 과정 없이 신용대출과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할 수 있는 '모바일브랜치'를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음성으로 거래하는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뱅킹 '소리'(SORI)를 선보였다. 비교적 높은 금리인 연 2%대 예금과 적금 상품도 내놓았다.
중금리 등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저축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낮추고 신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간판 중금리 상품인 '사이다'보다 최저금리를 1%포인트 낮춘 금리 5.9%의 'SBI중금리 바빌론'을 출시했다.
웰컴저축은행은 모바일이나 PC로 20분 만에 대출받을 수 있는 최저 연 5%대의 사업자전용 비대면 대출 상품인 '그날 대출'을 선보였다.
카드사 등 제2금융권도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2금융권에 대한 대출 감독을 강호하고 있어 2금융권 소비자들이 인터넷은행으로 몰릴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정확한 위상 판단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케이뱅크에 대해 "겁이 덜컥 났다"면서도 "1년 정도가 지나야 인터넷전문은행의 위상이 정리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터넷전문은행과 금리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객이 더 늘어나면 심사부, 관리부 등의 조직이 추가로 필요해 비용이 늘어나고 신용등급 1∼3등급의 은행 거래 고객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기존 시중은행들도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금융사들의 비대면 경쟁이 금융회사의 영업점 축소를 가속할 수 있고 이런 움직임들이 인력 감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lee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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