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관측 속 미중회담 주목…요건 바꿔 10월에 지정할수도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첫 환율보고서 제출 시한이 한 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국이나 한국, 대만 등을 실제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미국 교역촉진법 등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6개월에 한 차례씩 미국 의회에 미국 주요 무역상대국의 환율 조작 여부를 모니터링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재무부는 마지막으로 지난해 10월 14일 미국 의회에 환율보고서를 제출했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처음인 이번 환율보고서 제출 시한도 오는 14일로 예상되고 있다.
재무부는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면서,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한 방향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반복적으로 단행하는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 일본, 독일, 대만, 스위스 등은 두 가지 요건을, 중국은 한가지 요건을 충족했다는 이유로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는 환율조작국 지정의 전 단계로 여겨진다.
그동안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이나 대만, 한국 등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당초 재무부가 적용해온 세 가지 요건을 놓고 보면, 이번 분석 기간에도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라는 요건을, 한국은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요건을, 대만은 경상수지 요건과 한 방향 개입 요건만을 충족해 환율조작국 지정요건에 미달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지정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환율조작국 지정을 강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현행 환율조작국 지정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디 청 아시아 외환투자전략가는 "지정요건은 중국을 특별히 겨냥할 수 있도록 변경될 수 있다"면서 "미·중정상회담에서 특별히 긍정적인 결과가 없다면 중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응해 미국 상품과 서비스에 수입을 제한하는 등 보복조처에 나서 무역전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보다 한국이나 대만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스코샤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가오 치 외환투자전략가는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이 한국에 불이익이 가는 조처를 할 것이라는 우려에 원화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며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은 한국 수출을 짓누르는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이와증권 케빈 라이와 올리비아 샤 애널리스트도 앞서 "한국과 중국, 대만 중 미국 재무부가 그동안 적용해온 환율조작국 지정요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국가는 없지만, 재무부가 첫째 요건을 완화하면 대만을, 셋째 요건을 완화하면 중국과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이 이번보다는 다음 환율보고서 발표 시 지정요건을 완화해 중국이나 대만,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미국기업연구소 데릭 시소는 로이터 통신에 "재무부가 지정요건을 변경하기에는 10월 환율보고서 발표 시가 훨씬 나을 것"이라며 "(지정요건 변경 시)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는 외환시장 개입 모니터링 기간을 기존의 12개월에서 수년간으로 늘려 중국이 대거 외환시장 개입을 했던 기간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한국과 대만은 자동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경상수지 흑자를 GDP의 3%보다 줄이는 방법도 검토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이 인정하는 합리적인 기준에서 벗어나게 된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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