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아시아 국가들이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가 동북아지역 미군 감축이나 무역전쟁 등 악영향을 초래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왔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무역·투자와 관련한 양보를 얻어내는 대신 미군 감축 등을 통해 안보 관련 역할을 축소할지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일본 국제기독교대학의 스티븐 나지 교수는 "미국이 타협하거나 미일 관계보다 미중 관계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이면 일본에 경고 신호가 될 것"이라며 이는 일본 자위대가 독자적으로 설 수 있도록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지 교수는 일본은 미국이 아시아 지역 정치·경제에 계속 관여하고 강력한 안보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장받기 위해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관리하는 것을 지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타츠미 유키 일본 프로그램 이사도 "미국이 중국과 양자 대화를 할 때 일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항상 우려 사항"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를 포함해 모든 정책을 거래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타츠미 이사는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시 주석에게 분명히 전달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관동대 이규태 교수는 한국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더 강한 제재를 시행하거나 다른 강경 조치를 할지를 지켜볼 것이라며 정상회담의 결과가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으로 경색된 한중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만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등에서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자국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지를 주시하고 있다.
왕페이링(王佩玲)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미중 정상회담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 위해 실무작업반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장샤오웨(張小月) 대만 대륙위원회 주임은 "미중 관계 발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미국 측에 대만을 중국과 이익 교환을 위한 협상 카드나 '장기판 졸'로 이용하지 않도록 대만관계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는 미중 수교 직후인 1979년 '대만관계법'을 통과시켜 자국 정부가 '대만 당국'을 주권국가와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롱구스발전전략연구원의 리치훙(李氣虹)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보다 더 좋은 협상카드를 갖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지 못하면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일방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정상회담이 좋지 않게 끝나 미중 간 무역전쟁이 초래될 가능성도 아시아 국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리 연구원은 미국의 독자적인 행동이 중국의 체면을 훼손할 뿐 아니라 북중 국경에서 전쟁 위협을 상당히 증가시킬 수 있다며 중국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중 관계가 틀어지면 싱가포르는 미국과 중국 중 한쪽 편에 서도록 강요를 받을 것"이라며 "이는 미중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유지해 온 싱가포르에 악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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