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박정희 정권, 대기업서 月 40억 모금했단 얘기 들어"

입력 2017-04-06 17:59   수정 2017-04-07 06:08

전두환 "박정희 정권, 대기업서 月 40억 모금했단 얘기 들어"

회고록서 자신의 정치자금 적극 해명…"노태우에 550억 인계"

"차지철 전횡 심각…김재규 거사시 軍 지지 가능한 분위기"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정아란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은 6일 출간한『전두환 회고록』에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와 당이 주요 대기업으로부터 매달 40억 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를 전한 사람은 박종규(1930~1985) 씨로, 1974년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 전까지 박 대통령 경호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여당인 공화당에서는 사무총장과 재정위원장이 각각 나눠 정치자금을 거뒀다는 게 전 전 대통령의 전언이다.

전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에서) 청와대와 당이 매년 거둔 총액은 알 수 없지만, 현대그룹 등 재벌한테서 5억 원 등 주요 대기업으로부터 매달 40억 원씩 정치자금을 모았고 이와 별도로 대통령 비서실장이 1년에 40억~50억 원의 정치자금을 거뒀을 것이라는 (박 전 실장의) 이야기였다"고 소개했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이처럼 정치자금 수수가 관행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처벌을 위한 '5·18 특별법' 재판을 비판했다.





◇ "노태우에 13대 총선에 쓰라며 550억 넘겨줘"

전 전 대통령은 퇴임한 1987년까지 기업들로부터 2천259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천205억 원을 확정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정치자금 수수할 때 대가의 개념은 아예 없었다"면서 대가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날 위기에 처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재판과정에서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요청해 2천205억 원이 부풀려졌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는 변호인단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혼자 고통을 감내하기로 한 이 결정이 "여생을 괴롭히는 천형이 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전 전 대통령이 퇴임 준비를 하던 때 보유했던 정치자금이 1천600여억 원이었으며, 퇴임 직후 치러지는 4월 총선 준비를 위해 노 전 대통령에게 550억 원을 건넸다는 사실도 회고록에 담겼다.

전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게) 취임 초부터 기업인에게 정치자금을 받게 되면 아무래도 부담을 갖게 되니까 한동안 인계받은 자금으로 충당하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적었다.

이는 전 대통령 퇴임 전날 집무실을 점검했을 때 캐비닛에 1천만 원 수표로 550억 원이 있었다는 최측근 손삼수 씨의 최근 인터뷰 내용과도 일치한다.

◇ "5.18 특별법 재판 재심 불가피"

전 전 대통령은 책에서 자신과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 등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을 벌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 시종일관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특히 1996년 자신과 노 전 대통령을 나란히 피고인석에 세운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5·18 특별법) 재판을 '정치재판', '정치보복극', '법조 깡패 검사' 등의 표현을 써가며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땅의 사법정의는 실종됐다"면서 "'5·18 특별법 재판'은 언젠가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고 재심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은 당시 법정 최후진술을 끝낸 뒤 노 전 대통령에게 "이제 선고일에 이 법정에서 만나는 기회 이외에는 생전에 다시 만나기 어렵지 않겠느냐. 사는 날까지 건강관리 잘하라"며 손을 잡아줬다는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 노태우를 후계자로 낙점한 까닭

전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후계자로 발표한 것은 1986년 6월이었으나, 마음속으로 작정한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이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딱히 몇 년 몇 월 경이라고 꼭 집어 얘기할 수는 없으나, 5공화국의 정치·사회적 기반이 안정되어 내가 정해진 임기까지 대통령으로서의 소임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확실해진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 대통령이 될 사람은 무엇보다도 국가의 안전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는 지도자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국방을 책임질 수 있는 최적임자가 대통령 자격의 제1의 조건이었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은 국방력 증강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1990년대 중반이면 한국군 단독으로 북한의 침략을 격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그때까지는 군 출신이 대통령을 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적었다.

그는 "군 출신으로는 먼 곳에서 찾으려고 할 필요도 없이 노태우 대표를 생각했다. 노 대표는 군 내외에 신망이 있고 애국심과 능력에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사람이었다"고 적었다.

◇ "1979년 김재규 거사시 군 지지 가능한 분위기"

1979년 10·26 직전 보안사령관에 임명된 전 전 대통령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차지철 경호실장 간의 갈등과 권력 투쟁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전 전 대통령은 "차 실장이 모든 주도권을 잡고 있어 매우 심각했다"면서 "김 부장이 '차지철을 쳐내야 한다'는 명분을 걸고 거사하면 군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박 대통령은 그러한 상황을 잘 모르고 계신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고자 10월 29일에 독대 일정을 잡았으나, 10·26이 발생하면서 결국 불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자신과 너무 닮았다는 이유로 TV 출연을 못 했다는 배우 박용식 씨를 1991년 7월 19일 연희동 자택에서 만나 미안한 뜻을 전했다는 등의 이야기도 회고록에 실었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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