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율조작국 발표 앞둬 환율변동성 확대도 수급에 부담
조세회피처 케이맨제도서 대규모 순매수…'핫머니' 성격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 꾸준히 들어오던 외국인 자금이 닷새 연속 빠져나갔다. 수급도 현저히 둔화하는 모습이다. 외국인이 닷새 연속 '팔자'에 나선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발표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이 외국인 수급 부진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중 조세회피처에서 들어온 '핫머니' 성격의 자금이 상당하다. 이런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면 국내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닷새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모두 3천77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닷새 연속 팔자를 보인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그동안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입에 나섰지만 최근 들어 매수 강도가 급격히 둔화하는 양상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첫째 주(27~3일) 4천922억원 순매수를 보인 데 이어 둘째 주(6~10일) 1조810억원, 셋째 주(13~17일) 2조5천198억원 각각 순매수했다.
그러나 넷째 주(20~24일) 순매수 규모는 1천452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주(27~31일)는 1천104억원 순매수에 그쳤다. 이번 주에는 아예 순매도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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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순매수 규모(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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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첫째주(2월27일~3월3일) │ 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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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둘째주(3월 6~10일) │ 10,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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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셋째주(3월 13~17일) │ 25,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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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넷째주(3월 20~24일) │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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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다섯째주(27~31일)│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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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첫째주(4월 3~7일)│ -3,0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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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의 변동 폭이 단기간에 확대된 게 외국인이 매도우위로 돌아선 배경으로 지목된다.
오는 16일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와 미·중 환율 분쟁 가능성, 미국 정치 불확실성 확대, 프랑스 대선 등의 주요 정치일정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을 밑돌기 전까지 외국인 순매수 강도는 점차 약화할 것"이라며 "환차익 기대 감소는 외국인 순매수 약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2주 동안 외국인 수급이 현저하게 둔화했다"며 "외국인이 체감하는 원/달러 환율 대비 코스피 비중은 역사적 고점에 걸쳐 있다"고 분석했다.
아직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사상최대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외국인 수급 부진도 일시적인 것으로 평가돼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그러나 북핵, 금리인상, 가계부채 등 잠재된 리스크 요인들이 현실적 문제로 대두하면 외국 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배제할 순 없다.
특히 올해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 자금의 상당 부분이 핫머니 성격을 띠고 있어 이런 우려가 크다.
올해 1~2월 두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 투자자들은 6천580억원 순매수했다.
[표] 국가별 순매수 규모
(단위, 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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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1~2월 순매수 규모(유가증권시장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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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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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맨제도 │6,5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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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 │4,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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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룩셈부르크 │3,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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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뮤다 │2,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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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국내 최대 외국인 투자자인 미국(3조2천100억원)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케이맨제도 다음으로도 역시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지역에서도 국내 증시에 많이 투자했다.
아일랜드는 4천400억원, 룩셈부르크는 3천40억원, 버뮤다는 2천40억원 각각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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