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로 뛴 1978년 방콕AG 때 북한과 공동우승 경험
(평양 공동취재단=연합뉴스) "남측과 북측이 힘을 합치면 축구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남북 단일팀이 된다면 세계에서 활약하는 정말 강한 팀이 될 것 같다."
2018 아시안컵 예선에 참가한 한국 여자축구 선수단을 이끌고 북한 평양을 찾은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6일 축구에서의 남북 단일팀 구성에 희망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아시안컵 본선 티켓이 걸린 북한과 경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날 평양에 도착한 김호곤 부회장은 남북대결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김 부회장은 자신이 한국 남자 대표팀 주장으로 뛰었던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북한과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면서 남북이 공동우승하고 시상대 위에 함께 올랐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우승컵을 함께 든 북한 주장 김종민을 꼭 다시 만나고 싶은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함께 어깨동무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지금은 생사를 알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그때는 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굉장히 긴장한 상태였다"면서 "남북이 마찬가지였을 텐데, 비기고 나서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자신이 선수로 뛰던 시절에도 북한 축구 수준이 높았다고 기억했다.
"당시 우리 팀은 바나나킥(스핀킥)을 흉내만 낼 때 북측은 자유롭게 구사했다"는 그는 "한국은 동남아 국가에서 훈련할 때, 북한은 헝가리와 체코 등 동유럽 축구 강국으로 전지훈련도 자주 떠나 유럽 축구에 익숙했다. 우리보다 훨씬 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의 경기력이 역전된 터닝포인트로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을 꼽았다.
북한은 당시 쿠웨이트전에서 패하고 불미스러운 일로 국제대회 출전이 2년간 정지됐다.
그는 "이듬해(1983년) 우리나라가 멕시코 세계청소년대회에 북한 대타로 나갔는데 4강 신화를 만들었다"며 "이후 동유럽 국가들의 민주화로 북한 남자 축구가 전지훈련 길이 막히면서 힘을 많이 잃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남측과 북측이 한팀이 된다면 정말 강한 팀이 될 것 같다"면서 "북한은 19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8강에 오르는 등 잘했다. 북한은 힘쓰는 운동에 강하고 우리는 기술이 좋으니 정말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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