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투스 IOM 아태사무소장 "사회는 다양할수록 발전"

입력 2017-04-07 10:00  

[인터뷰] 모투스 IOM 아태사무소장 "사회는 다양할수록 발전"

KOICA·법무부·외교부 당국자와 현안 논의…"한국 지원에 감사"

"이주는 해결 아닌 관리해야 할 사안…노동시장 유연성에도 도움"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이주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막을 수도 없는 만큼 수용하는 자세로 준비하고 관리해 나가야죠. 사회는 다양할수록 더 발전합니다."

6일 방한한 국제이주기구(IOM)의 느네트 모투스(59)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장은 "이주민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 감사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무교로 효령빌딩의 IOM 한국대표부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방한의 취지와 함께 IOM의 주요 활동과 이주민에 관한 국제적 흐름을 설명했다.

필리핀에서 태어난 모투스 소장은 필리핀대(생물학과)를 거쳐 이스트라몬 의과대를 졸업하고 소아과 의사가 됐다. 1989년 IOM에 들어가 케냐,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캄보디아, 베트남, 우크라이나, 몰도바,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활동했다. 2016년 1월부터 태국 방콕에서 IOM 아태사무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이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1951년 12월 5일 설립된 IOM은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회원국이 165개국에 달한다. 한국은 1988년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1999년 한국대표부가 문을 열었다.

다음은 모투스 소장과의 일문일답.

-- 방한 목적은 무엇인가.

▲ 한국 정부 관계자와 이주민 정책에 관해 협의하기 위해 왔다. 오늘(6일)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를 만났다. 내일(7일)은 외교부 당국자를 만난 뒤 돌아갈 예정이다. 이주민 정책에 관해 한국은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한국 정부의 IOM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고 앞으로도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IOM의 활동은 정부와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의 협조 없이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 IOM에서 일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 '보트 피플'로 불리는 베트남 난민이 필리핀에도 많았는데 이들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IOM을 지원했다. 보건의료는 난민을 포함한 이주민의 지원 프로그램 가운데 핵심 분야다. 내 전공과목이 산부인과여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지금까지의 활동 가운데 기억나는 일을 꼽아 달라.

▲ 보스니아 내전 발생 이듬해인 1993년부터 5년간 사라예보에서 긴급구호와 의료지원 활동을 펼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이들을 도울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한다. 캄보디아와 우크라이나의 건강회복센터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진료하고 상담해 건강을 되찾게 한 뒤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을 때도 큰 보람을 느꼈다.

-- 지난해 9월 유엔은 이주민·난민 특별총회를 열어 글로벌 난민 위기에 국제사회가 공조하고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뉴욕 선언'을 채택했다. 이와 관련한 IOM의 활동을 설명해 달라.

▲ 뉴욕 선언의 의미는 세계 193개국의 정상, 또는 최고위급 지도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난민 문제에 관한 인식을 공유하고 공동 노력을 펼치기로 합의한 것이다. IOM 각국 대표부는 정부 관계자들과 협의해 관련 사례를 수집하고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오는 11월 6∼8일 IOM 아태사무소 회의를 거쳐 11월 27일에는 멕시코에서 IOM 총회를 열어 각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추진 방향을 정할 것이다. 내년 가을에는 유엔총회에서 각국 지도자들이 모인 가운데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정책, 일본의 우경화 등 자국우선주의와 반다문화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지역에 따른 인구학적·경제적 불균형, 재해와 분쟁, 교통·통신의 발달 등으로 이주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제이주민 2억4천400만 명과 국내 이주민을 합치면 전 세계 이주민이 10억 명에 이른다. 7명 중 한 명꼴이다. 사람들은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으면 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고 한다. 특히 나라 밖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내 일자리를 빼앗고, 새로운 질병을 옮겨오고, 범죄를 저지른다고 여기며 반감을 표시하는 것이다. 실제 통계는 그렇지 않은데도 일부 정치인은 그런 편견을 조장하기도 한다. 윌리엄 레이시 IOM 사무총장은 "이주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준비하고 관리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에도 도움을 준다. 이를 막기도 힘들기 때문에 수용하는 자세로 정책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IOM 아태사무소가 최근에 가장 관심을 쏟는 현안은 무엇인가.

▲ 주요 관심사는 노동 이주, 인신매매와 밀입국, 국경 관리, 이주민 건강, 긴급구호, 환경과 기후변화, 난민 등 7가지다. 우리는 39개국 대표부를 관할하는데 이 가운데 한국은 이주민 관련 프로그램 개발과 연구가 가장 활발한 나라로 꼽힌다.


-- 한국은 19세기 말부터 가난, 식민, 전쟁 등으로 대량 이주를 경험했다. 지금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200만 명에 이르는 이주민이 건너와 살고 있다.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 이주민 지원을 확대하고 이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을 펼치고 있는 한국 정부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통계와 사실에 근거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만 이주민과 한국 사회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이주민 관리는 한 국가나 특정 부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이웃 나라를 포함해 관련 기관, 기업, 시민단체, 이주민 공동체 등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 한국은 비교적 단일민족에 가까운 혈통을 유지해오다가 최근 국제결혼이 늘어 다문화가정 자녀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라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고 이들에 대한 편견도 존재한다.

▲ 정부와 언론이 이주민 자녀의 긍정적 효과를 홍보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어디에도 단일민족으로 이뤄진 나라는 없다. 구분은 차별을 낳게 마련이다. 다문화 자녀라고 이름 붙이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한 출신 배경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다양성이 클수록 사회가 더 발전한다.

-- 한국에선 필리핀 출신의 이자스민 씨가 이주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의원으로 활약했다.

▲ 잘 알고 있다. 201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IOM 총회가 열렸을 때 초청돼 연설하기도 했다. 이주민 정책을 수립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를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뽑은 것은 한국 사회의 개방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보라카이 섬 인근에서 태어났다고 들었다.

▲ 보라카이에 들어가려면 필리핀 중부 아클란주의 칼리보 공항에서 내려 자동차와 배를 타야 한다. 칼리보 공항이 있는 섬에서 태어났다. 보라카이가 예전에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관광객이 너무 많아 풍광이 훼손됐다. 지금도 고향에 가면 한국 음식을 먹으러 공항 근처의 한식당을 자주 찾는다.


hee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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