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대표팀 제안에 휴학계 내고 한국행
(강릉=연합뉴스) 유지호 신창용 기자 =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재미교포 공격수 랜디 희수 그리핀(29)은 화려한 스펙에 먼저 눈길이 가는 선수다.
그리핀은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듀크대 생물학과 석박사 통합 과정을 이수 중이다. 동생인 켈리는 브라운대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희수'라는 미들 네임을 물려준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는 두 분 모두 미국에서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1980년대에 가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온 외할아버지는 한국에서 정부 고위 관료를 지냈다.
하지만 그리핀에게는 아이스하키가 가장 특별했다.
최근 특별 귀화 최종 승인을 받은 그는 휴학계를 내고 강원도 강릉에서 지난 2일 개막한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리그)에 대표팀의 일원으로 뛰고 있다.
지난 6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북한전(3-0승)이 끝난 뒤 그를 만나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엘리트 중에서도 엘리트로 손꼽히는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왜 한국에서 아이스하키를 하는 것인지 물었다. 그는 근사한 대답을 내놨다.
"아이스하키는 내게는 첫사랑과 같아요. 10살 때 아이스하키와 완전한 사랑에 빠졌죠. 아이스하키를 그만둔 유일한 이유는 대학을 졸업한 뒤 뛸 곳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22살 때 아이스하키를 그만둬야 했을 때는 10년간 사귄 사람과 헤어지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그로부터 7년 뒤 그 사람이 다시 전화해서 '우리 다시 만날까'라고 물어보는 거에요. 바로 그런 기분이었어요. 내 대답은 '그래요. 물론이죠'였어요."
지금은 동료가 된 캐나다 출신 교포 선수 박은정(캐나다명 캐롤라인 박)의 소개로 대표팀에 합류한 그리핀은 2015년부터 초청 선수 자격으로 대표팀 친선 경기를 소화했다.
최근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대표팀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정말로 놀라운 경험"이라며 "대표팀과 2년째 함께 하고 있는데, 미국 고교 팀을 상대로도 고전했던 팀이 이제는 미국 대학팀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리핀은 "우리 대표팀은 자랑스러울 정도로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며 "우리 팀의 어린 선수들은 정말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팀의 장래가 정말 밝다"고 덧붙였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의 나라에서 뛰는 것이 자신에게 소중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내 핏줄이 자랑스럽다"는 그는 한국말로 '할머니', '할어버지'라고 말한 뒤 "내가 한국 문화를 경험한 것은 외조부모가 사는 시카고 한인타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이 전부였다. 그들은 한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렇게 한국에서 내 핏줄의 다른 한 면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얻게 돼 정말로 특별한 기분이 든다"며 "부모님이 평창 동계올림픽 때 이곳에 올 텐데, 그 생각을 하면 정말로 흥분된다"고 했다.
그리핀은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우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승리를 거둘 것"이라며 "그리고 우리가 승리를 거둔다면 그 상대는 아마 일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은 우리와 정말로 경기 스타일이 비슷하다. 그들은 작고, 빠르고, 열심히 뛴다. 한일전은 정말로 좋은 경기가 될 것"이라며 "같은 조에 속한 스웨덴과 스위스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우리는 올해 초 독일과 연습경기에서 거의 1골 차로 졌는데, 스웨덴은 그런 독일에 졌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한국 대표팀과 계속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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