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협상전략은?…'신형대국관계'로 북핵·무역 난관 돌파할듯

입력 2017-04-07 11:49   수정 2017-04-07 11:53

중국 협상전략은?…'신형대국관계'로 북핵·무역 난관 돌파할듯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매우 어려운 회담이 될 것"이라는 예고가 나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대좌를 중국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중국 관영매체들은 의제조차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막막하게 맞이하면서도 자국이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의 성과가 무엇일지에 대한 분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협상에 능하고 불가측성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미국과의 신형 대국관계 설정을 관철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북핵 및 무역 문제에서 일부 양보하는 협상전략을 마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측 모두 파국을 원하지는 않는 이상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 신형 대국관계라는 것이다.

'충돌하지 않고 대립하지 않으며(不衝突 不對抗), 서로 존중하고(相互尊重), 협력하여 윈윈하자(合作共榮)'는 '14자 방책'은 시 주석이 2013년 6월 처음 제기한 이후 미국에 줄기차게 요구해온 외교원칙이다.

미중관계를 재정립하고 중국을 대등한 관계로 대접해달라는 주장이지만 미국이 대만, 남중국해 등 동아시아 문제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애써 듣지 않은 척하며 되레 '아시아 회귀 전략'으로 중국 포위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이 요구하는 '신형 대국관계'라는 총론이 수용된다면 나머지 각론에서는 주고받기식 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중국 전문가들은 내놓고 있다.

하오웨펑(학月峰) 중국 중앙당교 교수는 중국청년보에 "신형 대국관계는 미래 50년의 중미관계 전략의 기초가 된다"며 "조금씩 축적해왔던 신형 대국관계가 이제 급행차로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는 재언급을 받아내면 중국으로선 금상첨화다.

신형 대국관계와 '하나의 중국'은 중국 내부적으로도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를 앞둔 시 주석에게 '외교적 승리'로 포장될 수 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다소 서두른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정책을 확정하기 전에 중국은 큰틀의 관계 구조를 설정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북핵 위기의 고조를 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미국이 중국책임론을 내세워 대북 제재 압력, 선제적 군사옵션 등을 거론하는 것이 중국을 겨냥한 협상전략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환율조작국 지정, 고율관세 부과 등 경제무역 강경책을 내놓다가 다소 조용해진 것이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의 통화로 '하나의 중국' 금기에 도전했다가 금세 뒤집은 때문이다.

협상을 타결하기 전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대와 무모하게 맞붙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수십 년간 사업에서 활용한 전략이라는 점을 중국도 파악하고 있다.

최근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긴장완화를 위한 선(先) 긴장고조'(escalate to de-escalate)라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지적도 나왔다.

따라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진정한 목적이 '미국 이익 우선주의'에 따라 미국내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 확대 등에 있는 것으로 보고 이에 부합해 대규모 투자 선물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

중국 상무부는 정상회담 기간 미국 주(洲)정부와의 투자 협의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투자 협의액은 25억 달러(2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통큰 선물'을 안기면 미국의 강경압박책을 누그러뜨리고 신형 대국관계, '하나의 중국' 등에서 얻어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시 주석이 그간 국제사회에 주창해왔던 자유무역 수호자로서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핵 문제가 표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병행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고수하는 중국의 입장과 충돌해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의 동시 추구전략에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을 끔찍하게 꺼리고 있다. 하지만 북핵 위기가 자국에도 실질적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미국에 양보하는 형태로 대북 정책을 한 클릭 옮길 공산이 크다.

왕펑(王鵬)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원은 "실질적인 북핵 위기의 고조에 따라 중국이 장기적인 국가안보 이익 차원에서 비핵화 우선 등급을 한반도 부전(不戰)의 목표 위에 점차로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선뜻 '신형 대국관계'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2009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압박으로 '핵심이익'(Core Interest) 용어를 받아들였다가 어려움을 겪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양국이 모두 상대방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는 것이 중미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에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 명시된 이후 미국은 동아시아 행보에서 '치명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은 2009년 11월 이전엔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대만과 티베트, 신장위구르 등을 거론했으나 이후엔 남중국해와 서해까지 포함시켜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결국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핵심이익' 대목이 빠졌다.

향후 큰 틀의 관계설정에서 중국측의 이론적 무기가 될 수 있는 신형 대국관계를 선뜻 받아줌으로써 미국은 앞으로 동아시아 행보에 걸림돌로 삼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대체적인 관측이다.

틸러스 국무장관이 방중 기자회견에서 신형 대국관계를 언급한 것을 두고 미국내에서는 '외교적 실패'라는 혹평이 쏟아져나온 것이 신형 대국관계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을 대변한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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