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선 vs 환경 오염'…"결과 상관없이 깊은 상처 남길 것"
(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지난 2월 22일 오전 강원 태백시는 ㈜영풍과 태백 귀금속산업단지 조성 업무협약을 할 계획이었다.
당시 태백시가 밝힌 귀금속산업단지 사업 규모는 총사업비 5천억원, 고용창출 1천340명이다.
1981년 시 개청 이후 최대 규모다.
그러나 업무협약은 무산됐다.
유치 예정지 동점동 주민이 "귀금속산업단지는 환경을 파괴하는 제련소"라며 기업유치를 거세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업무협약이 무산되자 태백시 지역현안대책위원회(현대위)가 2월 22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귀금속산업단지 유치 찬성 의사를 밝히고 유치 찬성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걸었다.
현대위는 태백지역 범주민단체 연합기구다.
김호규 현대위원장은 "태백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든지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2월 23일에는 태백상공회의소가 유치 찬성 성명을 냈다.
태백상공회의소는 성명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다 잃어버린 사업을 반면교사로, 더는 대기업 유치 절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대 측도 '불법이고 내용도 왜곡됐다'라며 철거 요청 민원을 내는 등 반격에 나섰다.
이어 영풍 석포 제련소 유치반대추진위원회(유치반대위)는 3월 21일 "두 번은 속지 않겠다. 영풍 귀금속산업단지 유치 관련 설명회는 물론 어떤 협의도 거부한다. 약속대로 스포츠산업단지를 조성하라"라고 강경한 공식 입장을 냈다.
유치반대위는 동점동 말바드리 주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태백시가 귀금속산업단지를 유치하려는 동점동 일대는 현재 스포츠산업단지가 조성 중이다.
2012년 조성사업을 시작했고 올해 말 완공 예정이다.
스포츠산업단지 조성공사로 말바드리 주민 3가구 중 1가구가 이주했다.
찬성 측도 공세를 강화했다.
현대위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유치 반대 입장인 홍성욱 강원도의회 의원과 심용보·유태호 태백시의회 의원 사퇴를 요구했다.
유치 예정지 주민으로 구성된 찬성단체도 생겼다.
해당 지역주민마저 찬반으로 갈라섰다.
찬성 측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지방의원들도 "태백시 밀실행정이 갈등과 논란을 유발했다"라며 태백시장 대 시민 사과를 요구하는 등 공방에 가세했다.
귀금속산업단지 유치를 둘러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갈등을 조정하고 합리적 타협을 도출해야 할 집행부, 시의회, 현대위 모두가 이번 찬반논란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태백시민연대 정득진 사무국장은 10일 "아무리 지역발전에 도움되는 사업이라고 할지라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소통과정이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귀금속산업단지 문제는 '경제 우선 vs 환경 오염'이라는 찬반논란에 앞서 다수가 소수를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라며 "이런 힘의 논리는 결과에 상관없이 지역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by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