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경비원 사라진다…4차 산업혁명의 명암

입력 2017-04-09 05:40   수정 2017-04-09 08:41

서울대에서 경비원 사라진다…4차 산업혁명의 명암

'인건비 절감·보안 강화' 명목 무인경비시스템 도입

"일자리 이동 불가피" vs "인간에 대한 이해 부족"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재영 기자 =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경비 아저씨'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경비 업무가 정보통신기술(ICT)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탓이다.

이제 경비원이 하던 불침번은 눈 밝은 감시 카메라가, 손전등 순찰은 예민한 센서가 대신한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꾸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서울대는 지난 1일부터 인문대, 사범대, 자연과학대의 건물 25개동에 통합경비시스템을 도입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서울대와 계약한 삼성그룹 계열의 보안 전문회사 에스원이 운영한다.

통합경비시스템은 건물마다 사람을 배치하는 대신 폐쇄회로TV(CCTV)와 센서를 설치하고 중앙관제센터 한 곳에서 경비를 도맡는 방식이다. 문제가 생기면 에스원 직원이 출동한다.

서울대는 통합경비시스템을 도입한 건물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20명을 다른 곳에 배치했다.

상당수가 50대인 경비원을 해고하는 대신 정년 퇴임으로 '자연 감소'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신규 채용은 중단했다.

서울대는 통합경비시스템을 사회대, 공대 등 다른 단과대에 추가 도입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애초 업체를 선정할 때 "캠퍼스 전체로 확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조건을 단 것을 보면 전 캠퍼스의 통합경비시스템화는 필연으로 보인다.

경비시스템 도입에 따른 경비원 퇴출은 요즘 일상에서 흔히 목격되는 일이다. 대개 인건비를 절감하고 보안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앞서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법적 분쟁까지 발생했다.

입주자 대표회의가 통합경비시스템을 설치하기로 결의해 경비원 44명이 해고 위기에 처하자 일부 주민이 반발해 소송을 낸 것이다.

주민들은 경비원이 경비 업무 외에도 쓰레기 분리수거, 택배 관리, 화단 정리 등을 도맡아 하는데, 전자시스템으로 이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통합경비시스템 설치 결의를 무효라고 판단했으나 입주자 대표회의가 항소해 2심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 8월 1심 선고 직후 해고된 경비원들은 아직 복직하지 못했다.

서울 송파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1∼2년 사이 나타난 이런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경비원이 있어야 돌발상황에 빠르고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통합경비시스템 도입 취지에 찬성하는 의견도 없지 않다.

철학적인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우리 사회가 미래에 광범위하게 부딪히고 갈등을 빚을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IT 경영전공 교수는 "기술 혁신으로 일자리 이동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부들의 일자리를 걱정했으면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유했다.

반면,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인간에 대한 이해 부족이 낳은 현상"이라며 "실직하는 노동자의 비인간적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ICT 산업의 신규 고용 창출은 소득 분배 효과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han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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