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이종걸 등은 선대위원장 수락 여부도 미정
'김민석 상황본부장 카드' 놓고 최고위에선 고성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최평천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이 7일내부 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대선을 이끌 선거대책위원회를 발표했지만, 시작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다.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측과 이재명 성남시장 측에 있던 인사들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앉히려 했으나 당사자들은 연락을 못 받았다거나 탐탁지 않아 하는 데다 일부 인선을 놓고서는 당과 캠프가 격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윤관석 공보단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국민통합, 당 중심, 가치조화라는 세 가지 원칙을 가지고 '국민주권 선대위'라는 이름으로 선대위를 구성했다"며 위원회 인선안을 발표했다.
공동선대위원장에는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추미애 당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해찬·이석현·박병석·박영선·이종걸·김부겸 의원, 김효석 전 의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권인숙 명지대 교수, 이다혜 프로바둑 기사가 임명됐다.
선대본부 총괄본부장은 송영길 의원이, 후보 비서실장은 임종석 전 의원이, 전략본부장은 전병헌 전 의원이, 조직본부장은 노영민 의원이 맡는 등 경선캠프 출신 상당수가 경선 과정에서 맡았던 직함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경선 당시 다른 후보의 캠프에 있었던 의원들도 상당수 선대위에 들어왔다.
안 지사 측에서는 이철희(전략본부 부본부장), 어기구(종합본부 부본부장), 조승래(정책본부 부본부장), 박용진·기동민(미디어본부 부본부장), 정재호(국민참여본부 수석부본부장) 의원 등이 합류했다.
이 시장 측에서는 정성호(공명선거본부 본부장), 김영진(상황본부 1부실장), 유승희(표현의자유위원회 위원장)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문 후보와 추미애 대표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선대위 인선을 놓고 이날 오전 전화통화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경선 기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서둘러 선대위 체제로 전환해 본격적으로 대선에 임하겠다는 의미였지만 인선이 발표되자 당내에서는 '통합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왔다.
비문(비문재인)계에서는 안 지사 측 선거를 도운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이 시장 측 선거를 도운 이종걸 전 원내대표가 선대위원장 수락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된 데 문제를 제기했다.
윤 단장은 "박영선,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추대를 원칙으로 선대위에 이름을 올렸고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어떤 절차가 진행 중이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윤 단장은 "통합 차원에서 공동위원장으로 모시는 게 중요하니 당연히 (선대위원장) 역할을 해달란 취지"라며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박·이 전 원내대표가 발표 시점까지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원내대표가 탈당해 국민의당에 갈 것이라는 내용의 뉴스가 나오자 박 전 원내대표 측이 이를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는 등 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안 지사를 도왔던 의원들과 이 시장을 도왔던 의원들은 '어떻게 이런 식의 인선을 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앞서 안 지사 캠프에 있던 의원들과 이 시장 캠프에 있던 의원들은 전날 오전과 오후에 각각 모여서 문 후보와 안 지사·이 시장 간에 캠프 인사들의 결합 여부가 결론 나면 선대위에 합류해 선거를 돕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제대로 된 결론도 전해 듣지 못하고 문 후보 측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 채 자신들의 이름이 들어간 인선이 발표되자 이들 사이에서는 당황스럽고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상황이다.
전날 문 후보로부터 직접 전화통화로 선거를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한 의원은 "같은 당의 후보가 대선에 나서니 그렇게 하겠다고 이야기는 했다"고 말했지만 말투에서 썩 내키지 않아 하는 속내가 읽혔다.
선대위 명단에 포함된 다른 인사들도 자신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이름을 올렸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상임고문 중 한 명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한테 고문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고 내가 하겠다고 한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선대위 인선을 논의하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상황본부장 자리를 놓고도 이견이 노출됐다.
추 대표가 상황본부장직에 자신이 발탁한 김민석 특보단장을 기용하려 하자 김영주 최고위원 등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 최고위원은 추 대표에게 항의하며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까지 했다.
최고위원들의 반대에도 추 대표는 '김민석 상황본부장 카드'를 고수해 오후에 이를 발표하게 했고 일부 최고위원은 "최고위가 결렬된 상황에서 인선을 밀어붙였다"며 극도의 불만을 표시했다.
문 후보 측은 애초 경선캠프에서 상황실장을 했던 강기정 전 의원이 상황본부장을 맡기를 원했지만 이같은 구상은 불발됐고 강 전 의원은 자신에게 다른 직책이 주어지자 이를 고사했다고 한다.
문 후보 측에서는 추 대표의 결정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종합상황본부나 정책본부, 홍보본부 등은 영속성이 필요한 만큼 당과 조정을 해보고 싶었다"며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렇게 밀어붙여서 얻는 실익이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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