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가 상승세 석유류가 견인에 정부 "알뜰주유소 확대"
서울 시내 9곳에 불과하고 가격 차이도 거의 안나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서울 공덕동에 사는 백모(43)씨는 최근 부쩍 주유비 부담이 커졌다.
저유가로 인해 지난해 한때 리터(ℓ)당 1천300원대까지 떨어졌던 휘발유 가격이 최근 1천600원 전후로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이용을 권장하지만 서울 시내에서는 찾아보기 조차 힘들다. 가끔 주말 나들이 때 고속도로나 국도 주변 알뜰주유소를 이용하지만 정작 기름값은 주변 주유소와 비슷한 수준이라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
최근 석유류 가격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지만 정부는 알뜰주유소 확대 등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내놓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 2012년 6월(2.2%)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석유류는 2011년 11월(16.0%) 이후 가장 높은 14.4% 올라 전체 물가를 0.59%포인트(p) 끌어 올렸다.
3월 석유류 가격 급등은 기저효과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2월 배럴당 20달러 내외까지 떨어졌다. 국내 기름값에는 시차를 두고 반영되다 보니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3월이 저점이었다.
지난해 말 이후 국제유가가 상승, 50달러대에서 움직이면서 국내 기름값 역시 최근 ℓ당 1천600원 전후까지 올랐고 결국 소비자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정부는 이달 초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대응TF 회의에서 서민들의 기름값 부담 경감을 위해 알뜰주유소 확대, 석유시장 경쟁 촉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들이 알뜰주유소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3월 초 기준 전국 주유소는 모두 1만1천855개로 이중 알뜰주유소는 전체의 3.5%인 417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지방에 몰려 있다.
서울 시내 알뜰주유소는 서울 구로동과 독산동, 시흥동 등 9곳으로 전체 주유소의 1.65% 수준이다. 경기도 역시 전체 주유소(2천369곳)의 3.29%인 87곳만이 알뜰주유소다.
이는 서울과 경기 지역의 땅값이 비싸다 보니 정부 재정지원에도 알뜰주유소 입점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기존 주유소에 비해 크게 싸지 않다는 소비자 불만도 꾸준히 제기된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전국 알뜰주유소의 ℓ당 휘발유 판매 가격은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 브랜드 주유소 대비 평균 30원 가량 저렴한 것으로 집계됐다.
알뜰주유소는 기름값이 비싼 서울 지역에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차이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12년 이후 알뜰주유소 전환 등에 200억원이 넘는 재정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이 돈이 실제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졌는지, 주유소 간 경쟁을 촉진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학계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조세재정연구원 홍우현 부연구위원의 '알뜰주유소 진입으로 인한 시장경쟁 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알뜰주유소로 바뀐 곳들은 전환 1개월째 휘발유 판매가가 이전보다 ℓ당 22∼23원 정도 하락했다가 이후 조금씩 상승해 10개월째에 이르러서는 15∼17원 내린 수준으로 수렴했다.
알뜰주유소 가격 인하폭이 미미하다보니 인근 경쟁주유소의 가격 변화폭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부연구위원은 "알뜰주유소의 진입이 인근 주유소의 가격경쟁에 일시적으로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알뜰주유소 정책을 통해 휘발유 시장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키려고 했지만 이런 목표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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