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공격으로 '中 안 나서면 우리가 한다' 경고 중국에 전달
주목되는 中 선택…대북압박 강화냐 러와 연대 통한 '어깃장'이냐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미국에서 6∼7일(현지시간)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 북핵 논의는 마치 도입부의 웅장한 음향효과와 시각효과 때문에 주인공들의 중요한 대사가 관람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6일 미중정상의 만찬 직후 단행된 미군의 시리아 공습 가진 충격파와 거기에 내포된 메시지가 워낙 강렬했기에 정상회담에서 심도있고 구체적인 북핵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인상을 주고 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국 주요 언론 매체의 인터넷판도 7일(현지시간) 미중정상회담 직후 회담 내용이 아닌 시리아 폭격 관련 기사들을 톱 뉴스로 올렸다.
회담 결과를 설명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프로그램)의 진전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을 공유했다. 두 정상이 북핵 프로그램 억제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그들(중국)과 협력하면 좋겠다"면서 "그러나 그것(미중 협력)이 중국 측에 특별한 문제와 도전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사안(북핵)이 중국이 우리와 조율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라고 한다면,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고,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협력강화 합의'라는 앞의 말보다 '(미국의)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라는 뒤의 말에 더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상적인 협력강화 의지를 확인했지만, 레토릭 이상의 구체적인 공조 방안까지 합의하지는 못했음을 유추하게 한다.
시 주석 입장에서 중국·북한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로 읽히는 시리아 공습이 만찬 직후 일어난 상황에서 북핵이라는 중대한 안보 현안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진지한 논의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핵 문제에서 파생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 역시 시리아 공습에 묻혀 아예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이뤄졌더라도 깊이 있는 이야기가 오가긴 어려웠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이 시리아 사태와 관련한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에서 줄곧 러시아 편에 서서 미국의 독자 행동에 반대해왔음을 상기하면 자신의 '면전'에서 이뤄진 트럼프의 대북, 대중 경고성 행동에 시 주석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결국 시 주석으로선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의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기는 어려운 회담 상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외교 전문가는 "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의 의지의 강도와 단호함을 시 주석이 읽었을 것이고 돌아가서 '북핵 영도소조'를 개최해 대책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을 통해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으면 우리가 나선다'는 경고를 받은 중국이 한미의 기대치만큼 강력한 대북압박에 나설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트럼프가 시리아 공습이라는 중대한 독자 행동에 나선 상황에서 미국과 중·러 양 진영 사이 전략적 경쟁과 갈등의 선이 더 선명해질 경우 북핵 문제에서 원만한 협력이 이뤄지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비롯한 전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쓰지 않았던 대중국 압박카드를 사용함으로써 억지로 중국의 대북압박을 유도하는 시나리오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주목된다.
미국 NBC 방송 인터넷판은 미국 국가안보회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으로의 전술핵 재배치와 김정은 살해를 포함한 대북 옵션을 전달했다고 최고위 정보 당국 및 군 당국자들을 인용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대로라면 중국이 기대만큼의 대북 영향력 행사에 나서지 않을 경우 1단계로 세컨더리보이콧과 같은 대중국 경제 압박, 2단계로 한국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 3단계로 김정은 살해 작전까지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제6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선택도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 입장에서는 북핵 해결을 위한 미중 정상의 입장 차이가 해소되지 않은 듯 보이는 이번 회담 결과 자체에 대해서는 '위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리아 폭격을 통해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트럼프의 메시지를 들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쉽게 최고 강도의 도발로 내달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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