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달 자랑하는 '프레이밍'으로 삼진 도움받아
지난해 트레이드된 엘리스는 투수 편하게 해주지만 프레이밍이 약점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박찬호(44)와 채드 크루터(53)가 환상의 '찰떡궁합'을 자랑했던 것처럼,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포수는 A.J. 엘리스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제 새롭게 다저스의 '안방마님'으로 자리한 야스마니 그란달(29)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엘리스가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옮겼고, 이번 시즌에는 돈 매팅리 감독이 있는 마이애미 말린스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그란달과 처음 배터리를 짰다.
지난해 7월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이후 274일 만에 빅리그 선발 복귀전을 치른 류현진은 4⅔이닝 77구를 던져 6피안타 5탈삼진 2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했다.
시즌 첫 등판이자 고산지대인 쿠어스필드에서 던진 걸 고려하면 충분히 희망을 품을 만한 투구 내용이다.
특히 류현진은 그란달이 자랑하는 장기인 '프레이밍' 효과를 톡톡히 봤다.
프레이밍은 스트라이크 존 근방에 들어오는 공을 교묘하게 잡아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을 유도하는 포수의 능력을 뜻하고, 국내 야구에서는 '미트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저스가 2015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맷 켐프를 내주면서까지 그란달을 데려온 건 프레이밍 능력을 높게 샀기 때문이다.
미국야구 기록전문 사이트 '스탯코너'에 따르면 그란달은 2015년 157개의 볼을 스트라이크로 둔갑시켜 이 부문 3위에 올랐고, 2016년에는 181개로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201개)에 이어 메이저리그 2위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이날 삼진 5개를 잡았는데 그중 2개는 그란달의 프레이밍 힘을 빌렸다.
류현진은 3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놀런 아레나도와 만나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져 루킹 삼진을 뽑았다.
다소 스트라이크 존과 거리가 있어 보였지만, 그란달은 절묘한 프레이밍으로 주심 아드리안 존슨의 손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4회말 트레버 스토리의 삼진 때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류현진은 바깥쪽 높은 공을 던졌고, 이것 역시 그란달의 기술이 더해져 루킹 삼진으로 판정됐다.
그란달의 프레이밍을 경험한 류현진은 경기 후 "오늘 (프레이밍을) 몇 개 봤다. 그런 면에서 스트라이크 콜이 들어가면 기분이 좋다"며 투구에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공 한 개, 반 개씩 빼는 제구력이 강점인 류현진은 향후 그란달의 프레이밍 능력을 활용하면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만하다.
한편, 류현진이 예전까지 가장 선호했던 포수 엘리스는 투수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게 강점인 선수였다.
엘리스는 투수의 작은 버릇까지 모두 파악할 정도로 열심히 연구하는 선수였고, 류현진 역시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투구한 57경기 중 41경기에서 그와 호흡을 맞췄다.
포수에게 필요한 능력을 고루 갖춘 엘리스였지만, 딱 하나 약점이 바로 프레이밍이었다.
엘리스는 기록상 다저스 주전 포수로 뛴 2013년 60개, 2014년에는 111개의 스트라이크를 손해 봤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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