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개 동시전쟁' 가능성이 北 억제 가늠자"…중국엔 "北·시리아 편들지 마라" 경고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도중 미군이 화학무기 공격 의혹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에게 미사일 폭격을 가한 데 대해 중국 전문가들도 이를 자국과 북한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상하이(上海)의 군사전문가인 니러슝(倪樂雄)은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번 공습은 시리아와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도 겨냥한 '계산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이 북한을 억제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북한도 똑같은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뜻을 전하고 싶어했다"고 강조했다.
이란 주재 중국대사를 지낸 화리밍(華黎明)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초빙연구원도 "이번 조치는 북한에 보내는 강한 경고"라며 한반도 긴장이 계속 고조될 경우 북한에 대해 군사적 타격을 감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메시지에도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했다.
화 연구원은 "김정은은 그래도 핵 미사일 개발을 늦추거나 중단하지 않을 것 같다"며 "북한은 미국이 2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확신하면 재도발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병력 감축과 함께 두 곳의 전장에 동시에 지상군을 투입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2개의 동시 전쟁' 전략 폐기를 추진해왔다.
앞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동아시아 순방에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5일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북한이 2∼3년 내에 뉴욕이나 워싱턴에 다다를 수 있는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이를 것이라는 미국내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장퉈성(張타生)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센터 주임은 "미국엔 오바마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전략이 실패했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며 "시리아 공습으로 트럼프는 북한이 핵개발 노선을 바꿀 때까지 기다리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던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즈위안(知遠) 전략·방무연구소의 저우천밍(周晨鳴) 연구원은 미국의 현재 중동 개입과 제한적 역량을 감안하면 북한에 대한 본격적인 군사행동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미중 관계 전문가인 황징(黃靜)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믿는다고 한 발언에 주목했다.
황 교수는 "여전히 트럼프는 중국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라며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미국 단독으로 행동할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공습은 특히 간접적으로 북한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시리아 문제에서 러시아를 편들어온 중국에 대한 경고메시지로도 작용한다. 중국은 지난 2월 미국, 영국, 프랑스가 시리아 정권이 세 차례 화학무기 사용 사실을 근거로 시리아 정부를 제재하려 했을 때 러시아와 함께 거부권을 행사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시리아 군사공격에 대해 "어떤 경우든 화학무기도, 무력 사용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질문을 받고 미국은 거론하지 않은 채 "중국 측은 국제 관계에서 일관되게 무력 사용을 반대한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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