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불균형 해소에 합의…한국에도 대미흑자 축소 압력 커질듯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 마련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고조돼 온 양국 간 경제적 갈등이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이달로 예정된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에서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따라서 중국화 함께 덩달아 지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한국의 지정 가능성도 크게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이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기로 합의한 만큼 중국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줄이는 노력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 역시 대미 무역흑자를 축소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환율보고서 앞두고 '100일 계획 합의' 영향은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두 정상의 회담이 끝나고서 무역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100일 계획'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은 무역수지(흑자)가 통화 공급과 인플레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무역수지 축소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로스 장관은 전했다.
로스 장관은 '야심 찬 계획', '상전벽해의 변화'라는 표현을 써가며 "두 나라 관계 강화에 매우 중요한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비판하고 집권 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에 지정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한편 중국산 제품에 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취임 이후 첫 양국 간 면담에서 이끌어 낸 '100일 계획'은 그동안 계속됐던 양국의 경제 갈등 관계를 해소하는 주춧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비록 구체적인 내용이나 앞으로의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번 결정은 최소한 100일 동안 두 나라 통상의 모든 분야를 들여다보고 체계적인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100일이라는 시간을 두기로 하고서 한 주도 지나지 않아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에 환율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한다.
미국은 1988년 종합무역법을 제정해 환율조작국을 지정해왔는데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미국은 2015년 제정된 교역촉진법에서 환율조작국 기준을 구체화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 가지 기준으로 교역대상국을 분석해 환율보고서를 작성한다.
3개를 모두 충족하면 심층 분석 대상국, 즉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3개 중 2개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경우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에서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독일,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그동안 미국이 1개 조건만 충족하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해 기준을 변경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리나라 역시 덩달아 지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사실상 환율조작국에서 제외되면서 한국이 지정될 가능성도 크게 낮아지게 됐다.
이와 관련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환율조작국 지정 3개 기준 중 2개만 해당돼 떳떳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국제관계상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최대한 (미국 측에) 설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 결과를 보면 이달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수 있다"며 "게다가 트럼프 정부는 환율조작국과 관련해 한국을 직접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 대미 무역흑자 감소 압력은 더 커질 듯
이번 100일 계획의 골자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무역 적자를 축소하는 내용이다.
중국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한 만큼, 대표적인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에도 비슷한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주요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보면 중국이 3천470억 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689억 달러), 독일(649억 달러), 멕시코(632억 달러), 아일랜드(359억 달러), 베트남(320억 달러), 이탈리아(285억 달러), 한국(277억 달러), 말레이시아(248억 달러), 인도(243억 달러) 등의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등에 대비하기 위해 대미 무역흑자 감소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말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대미 교역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연간 280만t 규모의 미국산 셰일가스를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원자재 교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강점을 가진 항공기와 항공기부품 등 기술집약적 장비 도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처럼 대미 무역흑자를 축소,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피하는 한편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우리나라가 한미 FTA 체결 이후 대미 서비스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미국 측에 강조할 계획이다.
대미 서비스수지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 이후 단 한 번도 흑자였던 적이 없었다. 2010년 최초로 100억 달러(128억 달러)를 넘어선 뒤 매년 적자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는 2015년 149억2천만 달러에 이어 지난해 176억1천만 달러 적자로 2년 연속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은 실제 정책을 통해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통해서 압박하는 것"이라며 "(무역수지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어도 선제적으로 대응을 하라는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2vs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