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대북제재 강화 없을 듯" 주민 상당수 북중교역에 큰 관심
압록강변 나들이객 북적…훙샹그룹 계열 여행사는 북한관광 모객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실험 도발 등에 대한 중국의 대북제재 강화를 바라는 미국의 압박이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자 북중접경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압록강대교(중국명칭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를 통해 북중교역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단둥은 작년 두 차례의 북한 핵실험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에 중국이 가세한 이후 북중교역이 줄곧 감소한데다 지난 2월19일 중국의 북한 석탄 수입 중지 이후 큰 타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추가 대북제재 방침이 결정될 경우 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단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주말인 8일을 맞아 단둥 열차역사와 광장에는 동북3성의 여행객과 북중교역 종사자 등 수천명의 승객이 몰리면서 매우 혼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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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11도의 기온에 다소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도 북한 신의주를 바라볼 수 있는 압록강변 공원엔 가족, 연인 단위의 단둥시민과 외지 관광객이 뒤섞여 관광시즌 개시를 실감케 했다.
겨울동안 중단됐던 유람선 운항이 재개돼 위화도 주변까지 배를 타고 약 20분간 돌아보는 관광객이 많았고, 시내 여행사들은 접경관광 팸플릿을 배포하며 모객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선양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단둥에 내린 중국인 천(陳)모 씨는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 중국의 입장을 견지했다는 보도를 접했다"며 "혹시나 중국이 대북제재를 강화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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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 압록강변 공원에 산책나온 시민들도 안도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시민 자오(趙)모 씨는 "(대북)제재로 인해 단둥의 무역회사가 감원에 나서는 등 경제에 타격을 받았다"며 "단둥 주민 상당수가 조선(북한)과의 무역에 관여하는 만큼 이번 회담결과에 관심이 컸는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평소 압록강대교를 통해 단둥과 신의주를 오가는 화물차와 대형 트럭이 몰리던 단둥해관(세관) 앞 도로는 포장공사로 인해 약 500m 구간을 전면 차단해 차량운행이 중단된 상태였다.
대형트럭 수백대가 진입할 수 있는 해관 주차장은 텅 비어있고 사무역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려는 무역상이 해관 사무소에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압록강변 중롄(中聯)호텔에서 만난 중국사업가 징(景)모 씨는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로 조선(북한)이 가장 타격을 받았지만 단둥지역의 철강, 광업, 관광업도 영향을 받았다"면서 "조중(朝中·북한과 중국) 무역거점인 단둥의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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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관 앞 인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북한 무역상(가슴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았다)에게 말을 건네자 "지금 일이 많다(바쁘다)"며 손사래를 치고 서둘러 지나갔다.
단둥시내 얼징제(二經街) 부근 한 호텔의 구내식당 겸 커피숍에선 북한 무역일꾼 서너명이 늦은 아침을 들면서 전화로 중국인 무역 파트너와 상담을 벌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열차역 부근 '고려촌'(한국·북한 민속거리)에 있는 가게 주인과 종업원들은 "작년 두 차례의 핵실험, 올해 김정남 암살사건 등으로 조선 사람들이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며 "조중교역이 감소해 고국(북한)으로 보낼 상납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눈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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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 핵개발 연계 혐의로 중국 정부 조사를 받고 사실상 문을 받은 '랴오닝(遼寧)훙샹(鴻祥)그룹' 계열인 한 여행사는 여전히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행사 입구 안내판에는 '조선 평양 묘향산 3박4일 관광객을 모집한다'며 '닷새 전까지 예약을 받는다'는 내용을 선전했다.
기자가 여행사 사무실 앞에서 사진촬영을 시도하자 건물 주차장 관리인이 다가와 "무슨 일이냐"며 묻고는 "작년에 시끄러운 일(훙샹그룹에 대한 당국의 조사를 가리키는 듯)이 있어서 직원들이 싫어하니 사진을 찍지 말라"고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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