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해킹 혹은 불법 거래로 흘러나간 개인정보가 마케팅 자료로 쓰이거나 보이스피싱 등 사기에 이용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이런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의 개인정보 보호 인식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6명 이상이 본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경험을 했다.
이 단체가 지난달 전국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4%는 "유출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도 23%나 돼, 실제 유출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출된 적 없다"고 확신한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유출 경로는 은행·보험사 등 금융권(23.7%)이 가장 많았고, 온라인플랫폼(18.0%), 통신업체(16.0%), 대형마트(9.7%) 등이 뒤를 이었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가입하지 않은 업체로부터 마케팅 홍보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가 84%로 가장 많았다. 명의도용으로 인한 피해(11.8%), 금융사기(0.8%) 등도 확인됐다.
92%의 소비자들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답했지만, 실제 생활에서 대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0명 중 6명은 '개인정보처리방침(활용동의서)'에 나온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고 있었다.
"전혀 확인하지 않는다"(16.7%), "확인하지 않는 편"(46.7%) 등 64%의 응답자가 별다른 확인 없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내용이 복잡하고 너무 많아서'(73.0%), '중요사항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10.1%), '글씨가 너무 작아서'(9.6%) 등이 꼽혔다.
제공한 개인정보를 기업이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해도 된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했고, 기업이 개인정보를 다른 기업에 유상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절반에 그쳤다.
이런 개인의 정보 보호 인식 부족과 고객 정보에 대한 업체들의 무신경, 부도덕성 등이 겹쳐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개인정보 유출 건수는 3천500만 건을 훌쩍 뛰어넘는다.
2014년에 2천100만 건, 2015년 300만 건이 유출됐고, 작년에도 상반기까지만 1천100만 건이 외부로 흘러나갔다.
지난달에는 숙박 예약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여기 어때' 해킹으로 민감한 숙박 정보 유출 피해자가 91만 명이나 발생했다. 유출된 숙박 이용정보도 323만 건에 달해 충격을 줬다. 해커들은 이용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숙박 정보를 언급하며 성적 수치심을 주기도 했다.
개인정보를 사고팔아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는 기업들의 '꼼수 마케팅'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2011년∼2014년 10여 차례 경품행사 등으로 모은 개인정보 2천400만여 건을 보험사에 231억7천만 원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응모권의 고지사항 글자가 1㎜ 크기여서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1·2심은 홈플러스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7일 원심의 무죄 선고를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간단한 절차로 신원을 확인하는 외국에 비해 국내에서는 신원확인을 위해 개인정보를 강제로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부터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절차가 많고 유출 위험도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일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업자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소홀히 하고 사업 확장, 고객 확대에만 매몰돼 있다"며 "개인정보는 한번 유출되면 보호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이 보안을 더 철저히 해야 하며 유출 사건에 대해서는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보의 주체인 소비자들도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키우고 필수 정보만 제공해야 한다"며 "불필요하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기업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할지를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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