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형대국관계 거론·中 대북제재 강화' 등 예측 빗나가
"큰 틀만 합의…구체적 내용 부족해 공동성명·기자회견 없어"
"美, 시리아 공습으로 북·중에 경고…군사옵션 사용 가능성 작아"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세기의 담판'으로 관심이 쏠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정상회담이 기대에 못 미치며 막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양국 간 대화의 틀을 마련했다며 '좋은 시작'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미중관계 전문가인 스인훙(時引弘)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에 대해 "무엇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았다"며 "회담 기간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있었지만, 회담의 분위기를 망치지는 못했다"고 '좋은 시작'이었다고 평했다.
스 교수는 "양국은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100일 계획'도 새롭게 시작했다"며 "포괄적 경제 대화를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축소하고, 무역 수지를 개선하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미중 전문가인 왕융(王勇) 베이징대 교수도 "중미 간에 협력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공통된 인식을 한 것은 큰 성과"라며 "특히 고위급 간 외교, 경제, 법 집행·사이버 안보, 사회·인문 등 4개 분야에서 대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양국의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이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탐색전 성격이 강한 첫 회담에서 구체적인 사안까지 합의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 교수는 "이번 회담 전에 각국 전문가와 언론 등이 예측했던 것 중 4가지 빗나간 내용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신형대국관계' 재차 거론, 중국의 대북제재 강화, 미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 중국의 미국 인프라 건설 투자 계획 등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안들은 정상회담 전에 가장 관심 있는 주제였지만, 첫 회담에서 큰 틀의 대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외에 공동성명이나 공식 입장을 발표할 정도로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적으로 정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특별한 성과 없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면 많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기자회견장에서 즉석 해서 질문을 받고 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점도 기자회견이 없었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왕 교수 역시 "첫 만남이기 때문에 실무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또 입장차가 분명한 주제를 첫 회담에서 계속 논의하는 것도 좋았던 회담 분위기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피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회담 기간 이뤄진 미국의 시리아 공습은 북한과 중국을 향한 미국의 경고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미국은 회담 전에도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했다"며 "시리아에 대한 공습은 북한과 중국을 향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풀이했다.
진 교수는 "물론 북한과 시리아는 상황이 다르므로 실제로 미국이 북한을 타격하겠다기보다는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는 의미가 더 강하다"며 미국의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은 작다고 예측했다.
왕 교수도 "미국이 북한에 쓸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지만, 한국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시리아처럼 공격을 감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거론된 트럼프 대통령 방중 시기에 대해서는 시 주석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올가을 19차 당 대회 직전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시기는 적어도 '100일 계획'이 일단락돼야 하기 때문에 근시일 내에는 이뤄지기 어렵다"며 "100일 계획이 끝나고 올가을 열리는 19차 당 대회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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