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참혹한 어린이 사진 보고 이틀 반 만에 공습 결정"

입력 2017-04-08 16:59  

"트럼프, 참혹한 어린이 사진 보고 이틀 반 만에 공습 결정"

급 공습 결정에 트럼프 외교 정책 불안정성 논란 제기

틸러슨 국무장관 "감정적 대응 아냐…더는 방관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것"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미국 우선주의를 고집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시리아를 공격한 데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으로 인해 숨지거나 다친 어린이들의 참혹한 사진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일간지들은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 장악 지역인 북부 이들리브 주 칸셰이쿤을 화학무기로 공격한 지 불과 63시간 만에 미국이 시리아 공군 기지를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59발로 맹폭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진 2장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8일 분석했다.

시리아 정부군의 민간인을 상대로 한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미국의 응징은 출범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신생 트럼프 정부의 외국에 대한 첫 대규모 무력 공격이다.

일각에서는 인권을 백안시하기조차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충격적인 이미지에 좌우돼 중대 외교사를 결정한 것은 트럼프 정부 외교 정책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결정한 것은 독가스 때문에 숨진 쌍둥이를 두 팔에 안고 비통해하는 아버지를 담은 사진과 화학약품을 씻어내기 위해 물을 끼얹었으나 생기를 잃고 축 늘어진 어린이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 등 2장의 사진에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 공습을 받은 칸셰이쿤의 처참한 모습을 전하는 보도를 온종일 지켜본 뒤 보좌관들에게 "끔찍하다" "몸서리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고 보좌관들은 전했다.

그는 "무고한 어린이, 아기들을 화학무기로 살해한 것은 '레드라인'(금지선) 이상의 많고 많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규탄했다.






물론 미국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공격 결정이 감정적 행동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이것은 전혀 감정적 대응이 아니다"며 "대통령은 상황을 평가하고,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시리아 공격의 배경으로 몇 가지를 꼽는다.

'오바마 케어' 폐지 무산 등 여러 국내 정책 실패를 덮을 수 있는 확실한 외치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려는 목적, 러시아와 가까운 시리아 정부를 공격함으로써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은연중 부각하려는 의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강한 지도자로 부각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욕심 등이다.

러시아는 지난 대선 때 트럼프의 상대 진영인 민주당 내 통신을 해킹하고, 트럼프 당선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2013년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 때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응징하지 않아 약체 지도자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트럼프가 사진 몇 장을 보고 시리아를 공격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백악관의 해명에도 미국의 시리아 전략이 부재하다는 데 전문가들은 별 이의가 없다.

시리아는 그동안 미국 외교 정책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불과 며칠 전에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미국의 시리아 사태 방관을 합리화하려 했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민주당 코네티컷주)은 "시리아에 대한 전략이 없다"며 "이 정부 외교 정책의 변덕스러움을 모두가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시리아 정부가 지난 4일 오전 칸셰이쿤을 화학무기로 공격한 뒤 이틀 반 만에 미국이 시리아를 공습했다며,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주의 혹은 미국 우선주의라고 하는 자신의 외교 정책을 뒤흔들어놓았다고 비판했다.

시리아 공습은 전략적 억지이자 국제 기준에 부합한 조치라고 백악관 보좌관들은 포장하지만, 사실은 세계 문제를 갑자기 자기 것으로 인식한 지도자의 변덕이라고 뉴욕타임스는 꼬집었다.

k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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